인터넷 회선에 대한 실시간 감청인 이른바 '패킷감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가 청구인의 사망으로 결국 판단 없이 5년만에 종료됐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무리하게 결정을 미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5일 전직 교사 고 김형근씨가 "패킷감청이 허용 근거 법규인 통신비밀보호법 2조 7호 등 관련 조항은 헌법상 보장된 통신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해 위반"이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청구인의 사망으로 심판절차는 종료됐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헌법재판소에서 심판절차가 계속 중 사망한 상황에서 김씨가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기본권인 통신의 비밀과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성질상 일신전속적인 것이어서 승계되거나 상속될 수 없고, 심판청구가 인용된다고 해도 김씨의 확정된 유죄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며 심판절차 종료 이유를 설명했다.
전북 모 고등학교 도덕 교사였던 김씨는 2008년 남북정상회담 합의문 내용을 묻는 시험을 학생들에게 냈다는 혐의(국가보안법)로 국정원 조사를 받았는데, 국가정보원은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통신제한조치 허가서(감청영장)를 받아 2010년 12월부터 2011년 2월까지 2개월간 김씨를 '패킷감청'했다.
이에 김씨는 2011년 3월 '패킷감청'의 허용 근거가 된 통신비밀보호법 2조 7호 등이 통신과 사생활 보호를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지만 지난해 9월 사망함으로써 이번 사건은 종결됐다.
'패킷감청'은 인터넷 전용회선 전체에 대한 실시간 감청으로, 감청 대상자의 컴퓨터 화면과 똑같이 볼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접속한 사이트 주소와 접속시간, 입력 검색어, 전송하거나 수신한 게시물이나 파일의 내용 등은 물론 이메일과 메신저의 발송 및 수신내역과 내용도 볼 수 있어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를 않았다. 때문에 여야를 막론하고 국정감사에서 관계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 분석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2005년 9대에 불과하던 패킷감청 설비는 10년만에 80대로 증가했다. 또 같은 당 전병헌 의원실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전체 인터넷 감청은 총 1887개 회선(감청허가서 401건)에서 이뤄졌는데 이 중 1798건(95.3%)이 국정원에서 수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를 대리한 이광철 변호사는 패킷감청에 대한 추가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다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사진/헌법재판소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