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상태 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라는 판결이 나온 이후 발생한 진료비는 유족측이 부담해야 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연명치료중단 판결 확정 후 인공호흡기가 제거된 상태에서 환자가 사망할 때까지의 연명치료 범위와 입원비 부담 책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8일 신촌 세브란스병원이 2008년 첫 존엄사 판결을 받은 고 김모씨 유족들을 상대로 낸 치료비와 입원비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환자가 의료인과 사이에 의료계약을 체결하고 진료를 받다가 미리 의료인에게 자신의 연명치료 거부 내지 중단에 관한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을 했고 환자 측이 직접 법원에 연명치료 중단 소송을 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명치료 중단 판결이 확정되면서 연명치료가 중단되지만 그 외의 진료에 대한 의료계약은 유지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망인은 원고와 의료계약을 체결하고 기관지내시경을 이용한 폐종양 조직검사를 받다가 사전의료지시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했고 망인과 유족들은 원고를 상대로 연명치료중단 소송을 제기해 연명치료중단 확정판결을 받았다”며 “판결이 확정된 이후 인공호흡기 부착을 제외한 나머지 범위 내의 의료계약은 존속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망인 의료계약의 연대보증인과 망인의 상속인들인 피고들은 의료계약에 따라 원고에게 연명치료중단 소송이 제기된 2008년 6월2일부터 연명치료중단 판결이 확정된 2009년 5월21일까지의 인공호흡기 유지비용은 물론, 2009년 6월23일 망인이 상급병실로 전실된 이후 그가 사망할 때까지 발생한 진료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2008년 2월18일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폐암 발병 검사를 받던 중 과다출혈 등으로 심정지가 발생,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어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뒤 인공호흡기에 생명을 의존해 왔다.
이에 유족들은 평소 김씨가 기계에 의한 생명연장보다는 자연스러운 죽음을 원했다며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달라는 소송을 내 1, 2심에서 승소했다. 대법원도 2009년 5월21일 전원합의체에서 원심대로 존엄사를 인정하고 인공호흡기를 제고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병원은 같은 해 6월23일 김씨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했고 김씨는 스스로 호흡을 이어가다가 2010년 1월10일 사망했다.
병원은 유족을 상대로 김씨에 대한 진료 시작 시점부터 숨질 당시까지 발생한 진료비 중 병실비와 영양공급 등 미지급 진료비 869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2011년 10월 소송을 냈다.
1심은 존엄사를 인정한 1심 판결이 병원에 송달됨으로써 의료계약이 해지됐다고 보고 그 날을 기준으로 이전에 발생한 진료비 중 미지급 병원비 457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판결에 따른 의료계약 해지로 병원측이 중단해야 할 진료행위는 인공호흡기 부착일 뿐이고 인공영양공급이나 항생제 등 투여는 김씨의 존엄한 죽음을 보장하기 위한 취소한의 진료행위로 이부분에 대한 계약은 유지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선택진료비를 제외한 8640만원을 유족측이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유족들이 상고했다.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