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지난해 말부터 생체정보를 이용한 '생체인증'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지만 기대보다는 저조한 이용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3년 우리은행의 지문 활용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도입 실패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지난달 2일 도입한 디지털키오스크는 한 달 동안 손정맥 등록자(신한은행 직원 포함)가 2600명에 불과했다.
총 24대가 운영중인 것을 감안하면 1대당 하루 등록자는 3.6명에 불과하다.
디지털키오스크는 국내 최초로 손바닥 정맥 인증방식이 적용된 무인스마트점포다. 이 기기를 활용하면 신규계좌 개설 등 107여개의 영업점 창구업무가 가능하다.
또한 이 기기는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 이용할 수 있어 영업점 업무시간 외에도 이용할 수 있다.
농협은행이 지난달 19일부터 도입한 'NH스마트금융센터'도 지난달 말까지 가입자가 1000명 수준에 불과하다.
이 서비스는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고 고객의 지문을 등록하면 예금·펀드·대출 등 금융상품 가입이 가능하다.
생체인증 서비스가 예상보다 이용률이 저조하자 은행권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
생체인증 서비스를 도입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핀테크 활성화와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생체인증을 도입했지만 이용률은 아직 기대치를 하회하고 있다"며 "결국 고객들이 아직 생체인증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에 기업은행은 현재 시범운행 중인 홍체인증 ATM의 상용화 날짜를 잡지 못하고 있다.
기업은행 지난달 14일부터 홍체인증 ATM 2기를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범운영하고 있다. 이미 금융보안원으로부터 테스트를 통과했지만 고객정보 유출 우려가 여전히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까지 시범운행을 한 결과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도 "고객이 안심하고 해당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더욱 철저한 보안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 섯부른 상용화보다 우선이라고 판단해 상용날짜를 못박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고객의 정보유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카드번호, 통장번호, 비밀번호 등은 유출되더라도 바꿀 수 있지만 생체정보는 바꾸지 못한다"며 "과거 금융사의 정보유출 사태를 계기로 개인정보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사와 정부의 꾸준하고 신뢰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아무리 보안과 편리성이 뛰어나더라도 고객들이 사용하지 않으면 지난 2003년 우리은행의 지문인식 도입 실패와 같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KEB하나은행은 오는 29일 스마트뱅킹에 지문인증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도 각각 홍체와 지문 인증 시스템 도입을 준비중이다.
◇은행권이 생체인증을 통한 은행업무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지만 이용률은 예상보다 저조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금융사와 정부당국의 꾸준한 신뢰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 왼쪽)지난달 2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신한은행에서 디지털키오스크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홍체인증 ATM기로 현금인출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각사 제공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