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사이다' 사건으로 기소된 박모(82)씨에 대해 무기징역이 선고됐지만 진범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대구지법 형사11부(재판장 손봉기)는 살인과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평의 결과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유죄를 인정했다.
앞서 검찰은 같은 날 박 할머니에 대해 "범죄 증거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마저 없다"고 지적한 뒤 "이번 일로 피해자들 및 유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등 죄질이 중해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이번 재판은 크게 검찰이 유죄 근거로 제시한 물증과 변호인측이 무죄 근거로 주장한 범행동기와 고의성의 부재 주장이 충돌했다.
검찰은 사망자 2명을 포함한 피해자 총 6명이 마신 메소밀 농약병과 그 성분이 박씨의 집과 소지품에서 발견된 사실을 박씨의 유죄를 입증할 핵심 증거로 제시했다. 문제의 박카스병과 박씨의 집에서 확보한 나머지 박카스병을 합하면 총 10병으로 한 박스이며, 제조일자가 모두 동일한 점, 옷과 지팡이 등 박씨의 여러 소지품에서 메소밀 성분이 검출된 점 등이다.
특히 박씨가 자신의 옷 등에서 메소밀 성분이 발견된 것은 피해자들이 쓰러졌을 당시 토사물을 닦아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그 주장대로라면 메소밀 성분과 함께 검출됐어야 할 피해자들의 DNA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점이 배심원단과 재판부에게 유죄의 결정적 심증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반면 변호인단은 "과도한 상상"이라며 검찰 주장에 반박했다. 우선 범행동기 면에서 화투를 치다가 다툰 것을 가지고 모두 독살하겠다는 결심을 할 것이라는 것이 경험칙이나 법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씨도 최후진술에서 "80이 넘어서 화투에서 졌다고 친구들을 죽이겠다는 생각을 했겠느냐"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배심원단과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이날 법정에서 재판 과정을 내내 지켜보던 박씨 가족들은 박씨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오열을 터뜨렸고 이어 빠른 시일 내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사이다에 농약을 몰래 넣어 이를 모르고 마신 주민 6명 중 2명을 살해하고 나머지 4명을 살해하려다가 실패한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로 기소됐다.
경북 상주 '농약사이다사건'의 피고인 박 모씨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된 지난 11일 박씨의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이 취재 중인 기자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