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하면서 기존 시중은행들도 모바일 전용 뱅킹플랫폼을 마련하고 나서는 등 대응에 분주하다. 정부 정책이나 시장의 컨센서스가 인터넷전문은행이 핵심 사업으로 내건 중금리 대출에 맞춰져 있어 당장 눈앞의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당초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은 은행들도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격전지로 꼽히는 중금리 대출 시장에 나서고 있다. 이들 당초 은행들은 기존 인터넷뱅킹 시스템의 고도화를 선택, 별도의 뱅킹 플랫폼 개발에는 부정적이었으나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전략을 선회했다.
신한은행은 다음달 초 모바일뱅크 써니뱅크를 출시하고 중금리대출 상품을 선보인다. 모바일 지갑 기능까지 탐재한 써니뱅크는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등록하면 전국 7만여 가맹점에서 신용카드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KEB하나은행도 내달 중으로 원큐뱅크를 선보이고 중금리대출 경쟁에 뛰어들 계획을 내놨다. 지문, 홍채 등 생체정보 인증시스템을 채택해 간편성을 높였고, 휴대전화 번호를 이용한 간편 송금 서비스도 가능하게 된다. 하나은행은 지난 7월 연 6~10%대 중금리 대출 상품 '하나 이지세이브론'도 출시한 바 있다.
우리은행(000030)은 지난 5월 모바일 전문 '위비뱅크'를 출시하면서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중금리대출 시장에 뛰어들었다. 위비뱅크에서 취급하는 중금리 대출상품 '위비모바일대출'은 이달 초까지 약 400억원의 누적 대출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권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메기'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본격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하는데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어 쉽게 통과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빅데이터 활용이 인터넷전문은행의 활성화인데 아직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수집해 신용평가에 활용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기반이 부족하다. 금융권 신용정보를 통합한 신용정보집중기관은 내년 초에나 출범한다.
다만 기존 은행들은 금융소비자들의 금융거래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는 점, 신용평가 모델이 마련되지 않아 기존에 뛰어들지 못했던 중금리 대출시장의 주목 등으로 손을 놓고만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 정책과 시장 컨센서스가 중금리 대출 시장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 이를 무시한다는 것은 키워드를 못 읽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비금융회사가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장이 겹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하더라도 우선 관련 모바일 플랫폼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하면서 기존 시중은행들도 모바일 전용 뱅킹플랫폼을 마련하고 나서는 등 대응에 분주하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