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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민관합동 TF에 멍드는 은행권
"정책 성과는 금융당국이, 여론 뭇매는 금융사가"
입력 : 2015-11-24 오후 2:58:40
은행권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핵심정책과 관련해 주도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는 가운데 마찰음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금융당국은 시장 개입은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 20여개 사원은행들로 구성된 은행연합회는 최근 '여신심사 선진화를 위한 가이드라인' 관련 해명으로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은행들이 원금상환부담까지 고려한 연소득 대비 원리금상환비율이 소득의 일정부분을 초과하는 차주에 대해 사후관리 대상으로 선정해 은행 자율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선다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신규대출을 제한하거나 기존 대출 만기 연장이 거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은행연합회는 진화에 나섰다. 이 가이드라인은 사후 모니터링에 활용되는 것이며, 지난 7월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이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가부를 결정할 때 은행들이 일률적인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경우 담합했다는 의혹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민감한 문제"라며 "가계부채 대책에 따른 후속 대책인데 정부 대신에 은행권이 해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권에서는 금융개혁, 시장자율이라는 구호 아래 정책 성과는 금융당국이 취하고 여론의 뭇매는 금융사들이 대신 맞는다는 토로가 계속 나오고 있다.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는 정책 방향에 갑자기 무산되거나 반쪽짜리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빈번했다.
 
지난 9월 출범을 코앞에 두고 갑자기 무산된 구조조정전문회사도 금융위원회 중심으로 은행권과 TF를 꾸렸었다. 1조원을 출자해야 하는 은행들은 신설회사 설립에 반대의사를 여러차례 전달했으나 금융당국이 신설로 방향을 잡으면서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따라가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뒤늦게 금융위가 은행권의 건의를 수용했다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철회했으나 애초 실효성이 없는 정책에 수개월 시간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1조원을 출자해야하는 부담은 덜어내서 다행"이라면서도 "구조조정에 돈 쓰기를 꺼려한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 초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안을 마련할 때도 민관합동 TF를 꾸렸으나 회의적인 목소리가 컸다. TF는 설립안을 논의하기 전에 해외사례를 토대로 인터넷전문은행 모델을 선정하려 했으나 이미 금융위원회가 비금융사 중심의 인터넷전문은행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이미 은산분리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 때문에 업계 의견을 취합해 새로운 모델을 내놓겠다는 계획은 허울만 좋았다"며 "민간 참여자들은 업권으로부터 TF에서 무슨 의견을 전달한 것이냐는 타박을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개혁이라는 구호가 거창하고 속도전으로 치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정책을 추진하는 민관합동 혹은 민간주도 TF가 넘쳐나고 있다"며 "정책 성과는 금융당국이 취하고 업계나 여론의 뭇매는 금융사들이 맞으라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사진/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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