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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신용카드 수수료율 정책, 시장 자율성 높여야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입력 : 2015-11-24 오후 12:00:00
11월 초 금융위원회는 신용카드의 가맹점수수료율을 인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우대수수료율을 평균 0.7%포인트(p) 인하하고 카드사로 하여금 가맹점 수수료율을 재산정하도록 한 것이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지난 2012년부터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법정 수수료율 적용을 의무화했을 뿐만 아니라 적격비용을 반영한 '원가 기반 수수료 산정방식'을 채택해 가맹점별로 3년마다 재산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당시 영세·중소가맹점의 대상 범위와 우대수수료율을 법률 및 감독규정에 명시함으로써 정부에서 인위적으로 가격변수를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조치로 인해 중소가맹점의 선정기준이 연매출 2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되고 가맹점 수수료율도 1.6~1.8%에서 0.8~1.3%로 인하했다. 전체 가맹점 수수료율이 2012년 2.06%에서 2016년 1.80%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체크카드도 예외는 아니다. 영세가맹점은 1.0%에서 0.5%로, 중소가맹점은 1.5%에서 1.0%로 인하하였다. 이에 따라 카드산업의 이익 감소 규모가 6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2003년 카드대란 이후 국내 카드산업은 감독당국의 강력한 규제 대상이 돼 왔다. 2000년대 초반에는 현금서비스 등 카드대출의 부실화에 따라 건전성 규제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으나, 2005년부터 카드산업이 안정화되면서 수수료율의 적정성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민간소비 대비 카드이용 비중이 70%에 이르는 등 신용카드 중심의 소비 패턴이 보편화되면서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가맹점 수수료 수익 비중이 60%를 상회할 정도로 수수료 기반의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수료율이 일정하게 유지되더라도 카드 이용액이 증가하면 수익이 증가하는 구조이다.
 
카드 이용액의 증가에 비례해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증가하면서 감독당국에서는 영세·중소가맹점을 중심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한 것이다. 그 동안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카드산업의 순이익이 여전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수수료율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는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카드산업의 가격정책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첫째, 수수료율을 법률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이다. 적격비용 재산정을 통해 원가변동 요인을 반영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만 영세·중소가맹점의 대상범위와 수수료율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시장원리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해 모든 카드사들이 원가와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동일한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은 더욱 그렇다.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정책 배려는 필요하며, 카드사의 부담으로 넘기기보다 정부 보조금이나 감세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이들 가맹점에 대해서는 신용카드 수납 의무화를 폐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많은 영세·중소가맹점들이 현금결제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둘째, 타 금융산업과의 규제 형평성 문제이다. 금융위에서 추진하는 금융개혁은 금리, 수수료 등 가격변수에 대한 불개입을 원칙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가맹점 수수료율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2007년 이후 가맹점 수수료율은 카드사의 입장과 상관없이 매년 인하돼 왔다. 수수료율은 예금이나 대출 금리와 달리 한 번 인하되면 인상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가격변수의 양방향 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결정해야 한다. 때가 되면 수수료율 인상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순이익의 절대 규모와 가격정책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예전부터 공공성을 지향하는 금융회사의 순이익이 지나치게 많다는 인식하에 순이익의 절대 규모를 보고 가격정책을 결정하기도 했다. 예상보다 많은 순이익을 달성했을 경우 금리, 수수료율 등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순이익의 규모는 금융환경이나 업황에 따라 변동폭이 클 수밖에 없으며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충분한 내부유보 자금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업황이 좋고 나쁨에 대해 카드사가 자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현재 순이익 규모가 크다고 해서 인위적으로 가격변수를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적정 수수료율의 산정문제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감독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카드사들이 적정 수수료율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듯이 금융환경의 변화를 반영해 양방향의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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