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통합민주당,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진보세력을 표방하는 야권에게 ‘통합’이라는 단어는 당명에 늘 꼬리표처럼 붙어다니는 표현이다. 야권이 내걸었던 수많은 당명에 유독 ‘통합’이 강조되는 이유는 그만큼 야권의 지지 기반이 취약하면서도 동시에 당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통합’을 강조하는 야권에게 당명 만큼이나 야권의 지도체제도 수없이 변경됐다. 특히 최근 야권의 상황을 보면 ‘3인 공동지도체제’를 지향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 18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부’ 구성을 공식 제안했고, 지난 22일 4개의 진보정당을 통합한 ‘정의당’도 ‘심상정-김세균-나경채 공동대표체제’로 지도부 구성을 완료했다. 다만 상임대표는 심상정 대표가 맡기로 했다.
공동지도체제 구성은 이제 야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가장 최근에는 새정치연합이 창당되는 과정에서 기존의 민주당 세력과 ‘안철수 신당’인 국민과 함께 새정치 세력이 합쳐지면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체제’로 지도부를 구성한 바 있다. 진보세력의 경우에는 지난 2011년 당시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가 ‘노회찬-유시민-이정희’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통합진보당을 창당했다.
유독 야권에 공동지도체제 사례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당이 분당되고 합당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임시방편적 처방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또 당내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상황에서 내부단합을 위해 당 대표 권한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나오게 된 지도체제 방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새로운 정당들이 통합했을 때 기존의 정당, 정파를 대표하는 것으로 인정해서 공동대표 시스템으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게 있다”며 “화학적으로 통합했을 경우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가는 다음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정치학 박사는 “(공동지도체제는) 정치적인 통합의 상징성을 높이거나 분열을 해소한다는 의미가 필요할 때 하는 방식”이라며 “옛날 야당에서 통합할 당시 많이 그랬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동지도체제’가 당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강한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오히려 당내 리더십 약화로 공동 지도부가 결국 책임만 나눠지게 되는 운명을 맞을지도 모른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문-안-박 연대’를 고민하는 이유도 바로 이 점 때문이다.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이 패배할 경우, 그 책임은 문 대표와 공동으로 지게 될 수밖에 없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지난 9월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60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