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채권혼합형펀드가 1년 새 6조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끌어모으며 예금 대안 펀드로 급부상 중이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며 안정성에 알파(α) 수익 기대감이 더해진 영향이다. 채권혼합형펀드는 펀드 자산의 60~70%를 국공채에, 나머지 30~40%를 주식으로 운용하는 금융상품이다.
19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국내 채권혼합형펀드 설정액이 15조원을 돌파했다. 최근 채권혼합형펀드가 투자자들로부터 각광받으며 1년 동안 6조2962억원의 자금을 빨아들인 결과다. 1년간 한 차례도 빠짐없이 매월 순증가세를 기록했으며 특히 지난 7월 한 달간 1조3415억원이 순유입돼 18일 현재 누적 설정액은 15조191억원을 나타냈다.
금융당국의 주가연계증권(ELS) 제재와 시장 부진, 이에 따른 손실로 헤멘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한 것이 혼합채권형펀드에 반사이익으로 작용한 것이다. 실제 지난해 72조원 가까이 급증했던 ELS 발행규모는 3분기 17조원으로 규모로 급감한 상태다.
국내 주식형펀드가 오랜 기간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 국내 채권혼합형펀드가 꾸준하고 안정적인 성과를 보여줬던 것도 인기를 높인 원인이다. 국내 채권혼합형펀드의 1년, 2년, 3년, 5년 기간수익률은 각각 2.65%, 5.39%, 10.05%, 15.54%로 같은 기간 주식형펀드의 1.4%, -2.46%, 4.95%, 0.65%를 훨씬 압도한다.
진성남 하이자산운용 마케팅전략팀 이사는 "국내 채권혼합형펀드는 이미 하나의 큰 투자 트렌드"라며 "예금처럼 안정적이면서도 안전자산 선호 투자자들의 기대치(4~5%)에 부합하는 성과가 가능한 채권혼합형펀드는 매력적인 예금 대체 투자처"라고 말했다.
채권혼합형펀드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또 다른 투자테마가 물꼬를 트기 전까지 적어도 1년은 채권혼합형펀드 순유입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앞서 홍콩과 일본 등이 혼합형투자 트렌드를 거쳐 현재 대대적인 자산배분 테마로 접어든 만큼 국내 역시 이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녹록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채권시장이다. 지금까지 채권혼합형펀드는 국내 채권금리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채권부분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내년 이후에는 채권금리의 추세 변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서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펀드고유의 주식전략을 통한 플러스 알파 수익률이 펀드를 고르는 중요한 판단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며 "주식에서 차별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펀드 수익률 둔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가치주나 배당주, 공모주, 롱숏전략 등 다양한 주식전략을 통해 차별화를 강조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