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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사회학이 '지금', '여기'에서 쓸모있으려면
'사회학의 쓸모' 지그문트 바우만 외 지음 | 서해문집 펴냄
입력 : 2015-11-18 오전 10:17:45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을 미켈 H.야콥슨 덴마크 올보르 대학 사회학과 교수와 키스 테스터 영국 헐 대학 사회학과 교수가 인터뷰한 책이다.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탈근대 사상가 중 한 사람인 바우만은 이 인터뷰를 통해 사회학이 현재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사실은 어떻게 쓰여졌어야 하는지를 낱낱이 밝힌다. 바우만은 사회학이 '과학적', '객관적'이라는 허울 속에 정책 입안자들의 입맛에 맞게 변용되고 있는 현실, 난해한 언어를 발전시켜 나가려는 사회학자들의 시도, 사회학자들의 사회학적 상상력의 상실 등 때문에 사회학과 세계가 좀처럼 만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회학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사회학이 '지금, 여기'에서 쓸모를 가지려면 결국 사회학자들이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간조건의 악화를 불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적 학문하기에 힘써온 한 노학자의 대담한 태도, 날카로운 시선, 꺾이지 않는 의지가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 전문성 : 인터뷰이와 인터뷰어 모두 사회학자다. 사회학이라는 학문 자체의 출발지점, 존재의미는 물론 학계의 현 상황 등까지 다룬다.
 
▶ 대중성 : 학문에 관한 인터뷰인 만큼 쉽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사회학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 사람 혹은 사회를 읽는 눈을 기르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소화하기 쉽지는 않다. 

▶ 참신성 : 지그문트 바우만의 사회학적 상상력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생각들이 어떤 것인지 짐작해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요약
 
사회학이란 무엇인가? 사회학은 '인간 경험과의 대화'다. 여기서 인간 경험이란 경험과 체험 모두를 의미한다. 경험은 세계와 교류하면서 '나에게 생기는 일'을 의미하고, 체험은 세계와 교류하는 과정에서 '살면서 내가 겪는 일'을 의미한다. 전자를 객관적인 측면, 후자를 주관적인 측면이라 구분해볼 수 있다. 이 둘의 인식론적 지위는 확연히 다르다. 경험은 상호검증 가능한 사건들이지만, 체험은 상호검증이 가능하지 않다. 사회학적으로 변형된 대화는 경험과 체험을 대립시킴으로써 체험이 축소되거나 제한되지 않고 확장되기를 겨냥한다. 이런 대화는 최종적으로 '사회학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일반적인 습관을 무너뜨리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사회학적 대화는 '무저항'을 지지하는 세계관을 문제 삼는다. 또한 사회학적 대화는 개인 자유의 확대와 인간의 집합적인 가능성의 확장을 목표로 삼는다. 
 
사회학을 왜 하는가? 사회학자의 소명은 더 이상 낭만적일 수 없는 이 시대에 인간적 가치를 옹호하는 용기와 그에 대한 일관성 있는 태도, 그리고 인간적 가치에 대한 충성심이 될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 인간의 가치에 더 큰 충성심을 부여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쉽지 않은 선택이다. 또한 사회학의 소명은 명백하게 변화하고 있는 세계에 방향 설정을 제공하는 것이다. 세계는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방향 설정을 수정할 것을 요구한다. 이것이 사회학이 제공할 수 있고,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다.
 
사회학을 어떻게 할 것인가? 사회학적 주장은 인간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하고, 행위자의 경험에 공감하고, 그들이 처한 상황에 따른 선택지를 속속들이 살펴보면서 만들어진다. 또한 사회학적 주장은 환경적 조건이 행위자에게 허용하는 선택뿐만 아니라 행위자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 환경적 조건 또한 면밀히 검토한다. 사회학적 주장은 선택의 가능성과 선택의 불가능성 모두를 검토하고 이 둘을 병치시키면서 만들어진다.
 
사회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사회학은 사람들이 삶에서 겪는 고유한 문제로 인한 경험과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람들의 분투에 사회학이 얼마나 적절하게 연관되어 있느냐에 따라 평가되어야 한다. 평범한 일상적 경험과의 연관성은 오늘날 사회학이 '공공영역'에 접속될 수 있는 유일한 연결고리다. 사회학은 세계에 대해 비판적으로 개입해야 하는데 이 비판적 개입은 곧 해방을 위한 관심이라 간주할 수 있다. 이성의 해방은 모든 물질적 해방을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그리고 비판을 할 때 의제 중 최상위에 둬야 하는 것은 인간다움에 대한 존중, 그리고 존중받을 권리다. 
 
■ 책 속 밑줄 긋기
 
"쿤데라의 알레고리를 빌려온다면, 사회학의 소명은,
재현으로 위장하고 리얼리티를 감추기 위해 드리워져 있는 '커튼을 찢는 것'입니다."

"유동적인 현재적 삶에서 대두되는 문제들은 끊임없이
해석에 굶주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판사회이론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삶이란 현존하는 리얼리티를 지속적으로 비판하면서도, 그 리얼리티를
끊임없이 그리고 동시에 대량으로 잉태하는 것 외에 또 무엇이겠습니까?"

"처음에 세상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보다 아주 조금이라도 나은,
최소한 더 나빠지지 않은 상태로 인간 공동의 주거지인 세상과 하직하겠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우리를 충족적인 삶으로 이끌 겁니다." 
 
■ 별점 ★★★
 
■ 연관 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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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문화체육팀 기자
 
 
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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