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판매 이후 부품을 교체하거나 제품의 정비, 유지보수 등이 이뤄지는 애프터마켓을 단순 애프터서비스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업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기업들이 신규 설비투자보다는 기존 설비 확장이나 유지보수를 선호하면서 산업설비 분야의 애프터마켓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애프터마켓 사업 성공전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애프터마켓은 제품 판매보다 높은 수익성, 고객과의 긴밀한 관계 유지를 통해 생기는 후발기업과의 경쟁력 차별화, 시황에 덜 민감한 사업 안정성 등의 특장점이 있어 산업설비 기업에 매력적인 사업 분야라고 밝혔다.
실제 세계 산업계는 반복되는 경영환경 불안으로 2008년 이후 설비투자가 감소하거나 정체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11년 설비투자 규모가 34조8000억엔을 기록해 2002년 30조엔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이러는 사이 애프터마켓은 급성장했다. 지난 2013년 한국의 설비 확장 및 유지보수 규모는 약 85조원으로 전체 설비투자 대비 비중이 66%로 증가했다. 특히 신제품 시장이 1990년대 이후 수요정체와 경쟁심화 등으로 성숙된 모습을 보였다면, 애프터마켓 시장은 신제품 시장의 4~5배 규모까지 성장했다.
애프터마켓의 장점은 안정적 성장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판매 이후의 서비스 사업으로 진행되는 애프터마켓 사업은 제품 판매 대비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 애프터마켓 사업은 개발과 고정비 투자 비중이 낮고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해 영업비용도 낮다. 따라서 수익률이 제품 판매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애프터마켓 사업은 기업과 고객 간 유대 강화 및 고객충성도 제고로 이어져 후발기업과의 경쟁에서도 효과적이다. 거기다 시황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이점도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설비기업들도 애프터마켓 사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배영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세계시장 침체와 중국의 추격으로 고군분투 중인 한국 설비기업들은 제품경쟁력을 기반으로 애프터마켓 사업을 전개해야 할 시점"이라며 "고가 생산기계 및 설비, 건설, 조선 분야에서 애프터마켓 사업이 유망하다"고 설명했다.
애프터마켓 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맞춤 서비스 개발 ▲제품 판매와의 연계 ▲문제점 분석을 통해 서비스 지속 개선 등이 선순환될 때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가장 잘 구축한 기업으로는 스웨덴 기업 아트라스콥코가 꼽힌다. 아트라스콥코는 기어식압축기를 30년 동안 제조한 경험을 바탕으로 애프터마켓 사업을 본격화해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에도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아트라스콥코의 사업 가운데 애프터마켓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35%~4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아트라스콥코와 같이 애프터마켓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한국의 설비기업들이 제조 마인드에서 고객 서비스업 마인드로 인식을 전환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설비산업 외에도 소비재산업에서 애프터마켓 사업의 기회를 모색하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소비재산업의 경우 고객과의 관계에서 지속적으로 사용상 문제를 해결하는 등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배 수석연구원은 "애프터마켓 서비스가 비용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신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사업이라는 관점에서 신사업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며 "제품 사용과정에서 나타나는 고객의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서비스를 사업화함으로써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완공한 사우디 알 주바일 지역의 아르곤 가스 플랜트 전경.사진/뉴시스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