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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인증방식, '무늬만 핀테크' 전락
IT기술 다 빼고 신분증·인증서 활용 가닥…업계 "당국 성과 조바심 탓" 비판
입력 : 2015-10-26 오후 5:07:02
정부가 핀테크의 핵심 기술로 강조해온 '비대면 인증'이 정작 '테크놀로지'는 빠진 알맹이 없는 '무늬만 핀테크'로 도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차세대 비대면 실명확인 기술로 각광을 받은 홍체인식, 안면인식 등 생체인식기술이 배제되고 신분증, 기존계좌 등 기존 매체를 활용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IT업계에서는 단기간에 핀테크 성과를 내기 위해 당국이 신기술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내년초 출범 예정인 인터넷전문은행도 비대면 실명확인 방식이 혁신 기술을 담지 못해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당국 및 은행권에 따르면 12월 도입하는 비대면 실명확인 방식이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 사본 제출 ▲기존 계좌 활용 ▲타 인증기관의 공인인증서 또는 휴대폰 번호 확인 방법으로 사실상 가닥이 잡혔다.
 
최근 17개 시중은행과 은행연합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결제원, 금융보안원 실무자로 구성된 비대면 실명확인 태스크포스(TF)가 비대면 실명확인 방식을 이같은 3가지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더욱이 금융당국도 12월 비대면 실명확인 방식 도입을 재촉하고 있어 이들 방식이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TF 관계자는 "오는 12월 비대면 실명확인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11월 말까지는 시중은행들이 시스템 도입을 완료해야 한다"며 "현실성 있는 방안은 세 가지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5월 소비자의 금융이용 편의성과 고객확인 관련 핀테크시장 활성화를 위해 신분증 사본 제출, 영상통화, 현금카드 등 전달시 확인, 기존계좌 활용 등 해외에서 검증된 실명확인 방식 4가지를 제시했었다.
 
은행 등 금융사들은 이 중 2가지를 의무적으로 선택하되, 이밖에 신용정보사나 타 기관의 공인인증서 이용 등 금융사가 자체 추가 확인방식을 적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영상통화, 현금카드 전달 등 당초 금융당국이 제시했던 비대면 실명확인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TF의 다른 관계자는 "은행별로 핀테크업체와 제휴해 다양한 비대면 인식 방식을 개발하고 있으나 다음달까지 해당기술을 개발완료하고 보안테스트까지 통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핀테크 기술이 적용된 비대면 인증의 경우 12월 내에 선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비대면 실명확인과 관련한 신기술 도입은 언제든 가능하며, 실제 도입과 상용화는 시중은행들의 몫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당국의 역할은 핀테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고 이를 활용하는 것은 시중은행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어 "TF에서 결정된 사안 외에도 은행별로 홍체인식, 손 정맥 인식 등 다양한 시스템을 개발한다면 테스트를 거쳐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과 내기에 급급한 금융당국의 조바심에 핀테크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실명확인을 준비하던은행들도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최근 핀테크기업과 제휴해 안면근육 인식 기술을 개발했으며, 지문인식 시스템도 추진중이다. 국민은행은 화상전화를 통한 본인 확인 기술을, 기업은행은 홍채인식을 통한 인증서비스를, 신한은행은 손 정맥 모양 분석을 통한 본인확인 기술을 추진중이었다.
 
하지만 민관합동 TF에서 3가지 방안을 내놓자 은행권은 이를 사실상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은행들은 당장 연내 도입이 어렵더라도 개발중인 비대면 실명확인 기술을 끝까지 개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내년에 어떻게 달라질 지 모르는 금융당국의 정책에 흥행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도 투자 비용이나 은행권 통합플랫폼 등의 문제로 특화된 기술을 도입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상용화는 하겠지만 스마트브랜치처럼 계륵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브랜치는 은행들이 점포 혁신을 표방하며 내놓은 무인점포이다. 
 
문제는 내년 초 출범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흥행 여부도 불투명해진다는 점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영업점이 없기 때문에 무인자동현금입출금기(ATM) 등에 의존해야 해 개인식별 기술에 목말라 있다.
 
애초에 ATM이나 스마트폰을 활용해 고객의 얼굴을 식별하는 기술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었으나 당국이 기존 매체를 활용한 비대면 실명확인을 고집하고 비용 문제에 얽혀있는 은행들이 이를 순순히 따르면서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하반기 핵심 과제 중 하나인 금융개혁의 성과를 내기 위해 핀테크 활성화라는 기존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핀테크 관련 정책이 우후죽순으로 나온 데 이어 연내 성과를 내려다보니 혁신적인 방안들은 모두 배제되는 분위기"라며 "과거 2000년대 초반 검토됐던 인터넷전문은행이나 비대면 인증 모델과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종용·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김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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