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업권이 바라는 수수료 정상화 또는 현실화가 요원한 것은 '서비스'를 '공짜'로 생각하는 국민정서에서 찾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같은 이유에 앞서 금융당국의 신뢰 잃은 시장자율 정책과 은행들의 영업관행 탓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들은 중도상환수수료 인하를 늦어도 올해 안에 시행할 방침이다. 이는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 완화를 위한 방안으로 중도상환수수료 인하를 재차 언급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누차 금리는 물론이고 수수료 등 시장가격 형성에서 시장자율을 주문해왔다"며 "중도상환수수료 인하 또한 합리적인 가격을 고민해봐야할 시점이라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합리적인 가격을 고민하겠다는 발언을 업권은 인하하라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 현재 은행들은 당국의 지적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인하 방침을 밝힌 상태다. 더불어 인하 폭에 대한 윤곽도 잡아놨지만 당장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6월 제1차 금융규제개혁 추진회의에서 "금융사의 가격, 수수료, 경영판단사항 등에 대해 당국이 개입하지 않겠다"며 민간 자율권 확대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석달 뒤인 지난달 국정감사장에서 은행권 중도상환수수료율 인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며 말을 바꾼 것이다. 수수료 정상화 또는 합리화를 기대해온 은행권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은행권 관계자는 "비이자이익을 확대하는 쪽으로 새수익원을 마련하라고 하면서 수수료를 인하하라고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모르겠다"며 "일정한 방향을 가진 금융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사의 영업 관행도 한몫하고 있다는 자숙의 목소리도 나온다. 포화된 국내 시장에서 서로 고객 뺏기를 하려다보니 수수료 면제나 이자 혜택과 같은 대고객 서비스를 먼저 손데려는 관행을 말한다.
이달 30일부터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서 금융소비자들은 전보다 카드비, 아파트관리비 등의 납부 계좌를 쉽게 바꿀 수 있게 된다. 고객 대이동이 예상된다며 은행들은 고객 발길을 붙잡기 위한 금융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신용체크카드 결제실적이 1건만 있어도 전자금융타행이체수수료, 자동화기기 시간외출금수수료, 타행자동이체 수수료를 무제한 면제해준다.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경쟁적으로 수수료 면제와 우대금리를 서비스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사실 계좌이동제 관련 실제 이동하는 고객은 기대만큼 많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타 경쟁사들이 경쟁적으로 상품 서비스를 내놓다보니 방어적인 측면에서 새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2월이 돼야 지점·은행 웹사이트서도 쉽게 변경 가능하기 때문에 당장 이달부터 '머니무브'가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도 며 "은행들이 수수료 정상화를 바라면서도 고객들의 체감도가 높은 수수료 부문에 쉽게 손을 대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수수료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내년 초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시장 경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소수지분 참여는 했지만 앞으로 ICT기업의 지분이 늘어날 경우 결국 같은 시장에서 새로운 상대와 경쟁을 해야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장기적으로는 인터넷은행이라는 신규채널을 확보한 경쟁자 등장으로 기존 은행권은 이에 맞서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채널전략에 대한 고민은 더욱 커지면서 수수료나 이자라는 손대기 쉬운 영업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