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와 '전량구매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주유소의 계약을 '물량구매계약'으로 전환하기 위해 한국주유소협회가 적극 나서기로 했다. 한국주유소협회는 '물량구매계약 전환지원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주유소들의 수시 신청을 받아 전담 변호사를 통해 직접 계약 전환에 나서겠다고 14일 밝혔다.
전량구매계약은 주유소가 제품 전량을 계열 정유사로부터 공급받도록 의무화한 계약을 말한다. 주유소는 타사 제품보다 비싸더라도 계열 정유사 제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유소에 지나치게 불리한 계약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주유소가 약정한 물량은 계열 정유사로부터 공급받고 나머지 물량은 타 정유사로부터 공급받도록 하는 물량구매계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산업통상자원부는 2012년 9월 '석유제품 복수상표 자율판매(혼합판매)' 제도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불공정 거래를 막고 정유사 간 가격 경쟁을 통해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시행 후 공식적으로 혼합판매를 시작한 주유소는 거의 없는 반면 음성적인 혼합판매 비율은 2012년 17%에서 2014년 31.8%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유소협회가 2012년 전국 주유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한 5984개 중 97.7%(5845개)가 전량구매계약을 체결하고 있었고, 74.4%인 4351개 주유소는 혼합판매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가격경쟁이 매우 치열한 주유소에서 현물시장 등을 통해 거래되는 타사 제품이 계열 정유사의 공급가격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계약 위반을 감수하면서까지 음성적인 혼합판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협상력에서 절대적 우위에 있는 정유사는 계약 전환을 신청한 주유소에 강압과 회유에 나서면서 혼합판매 활성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유소협회는 물량구매계약으로 전환 완료 후에는 해당 주유소에 대한 정유사의 부당한 조치 등을 감독하고 이행실태를 점검하는 역할도 수행하기로 했다. 또 물량구매계약 전환 주유소들이 저렴한 석유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구매지원도 함께 수행할 계획이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은 "그동안 많은 주유소들이 전량구매계약으로 인해 비싼 가격임에도 울며 겨자먹기로 계열 정유사 제품을 구매해야만 했다"며 "물량구매계약 전환지원 사업을 통해 정유사와 주유소간 고착화된 수직계열화 구조를 탈피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설령 주유소가 싸게 공급받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과연 소비자의 이익으로 돌아갈지는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혼합판매가 이뤄지면 정유사들이 그동안 브랜드화에 들인 수많은 노력과 비용이 물거품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 회장(가운데)이 14일 물량구매계약 전환지원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주유소협회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