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이길 바라는 노동자가 아닌 노동자가 있다.
2013년 촉발된 삼성전자 서비스 기사들의 노조 결성 및 투쟁은 산업계에 만연한 간접고용, 보다 정확히는 위장도급의 실태를 드러내 우리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서비스 기사 2명이 목숨을 던지고서야 문제는 공론화됐으며,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여론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단으로 처우 개선 등이 약속됐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앞에 삼성의 무노조 경영 원칙은 흔들렸으며, 여타 업종에 종사하는 비슷한 처지의 서비스 기사들은 희망을 봤다.
이보다 더 참혹한 처지에 놓여있는 서비스 기사들도 있다.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 등 인터넷·통신업계에 종사하는 서비스 기사들은 간접고용도 아닌 개인사업자 신분이다. 때문에 4대보험 등 근로자로서의 최소한의 권리조차 꿈도 못 꾼다. 일을 하다 다쳐도 치료비를 모두 본인이 부담해야 함은 물론, 서비스센터로부터 눈밖에라도 나면 내쫓기기 일쑤다. 어렵사리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실태 결과 노동자임을 인정받았지만 이제는 일감 뺏기와 근무지 조정 등 탄압에 시달리고 있다. 심지어는 서비스센터가 폐업이란 수단을 악용해 일자리를 잃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원청의 묵인과 방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럼에도 원청은 법의 맹점을 이용, 서비스센터와 해당 기사들이 풀 문제라며 문제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여론의 주목도도 떨어져 부담도 덜해졌다. 원청의 로고가 선명하게 박힌 점퍼를 입고, 원청의 고객 서비스를 위해 때로는 담벼락도 타야 하는 이들이지만, 돌아오는 것은 책임 방기와 무관심, 냉소뿐이다. 노동자로서 인정은 받았다지만 생활은 더 궁핍해졌다.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까닭에 여전히 70% 가까운 서비스 기사들은 개인사업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노동자이고 싶어도 노동자이길 포기해야 하는 노동자, IPTV 1000만명 시대를 맞이한 인터넷 강국의 단면이다.(관련기사 6~7면)
김기성·최병호 기자 kisung012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