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IP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 가입자 1000만명 시대'.
장밋빛 인터넷·통신시대를 내세우는 정부와 업계의 구호다. 반면 현실은 비참하다. 내수에만 치중한 데다, 이마저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영업과 개통, 철거, AS, 공사 등 분야에 일하는 힘없는 서비스 기사들만 쥐어짜고 있다. 고통 분담이 아닌 고통 '전담'이다.
인터넷·통신 업계의 간접고용 실태는 타 업종과 비교해 매우 기형적이다. 지난해 3월 산업노동정책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와 올해 고용노동부가 벌인 기업별 고용형태 조사를 보면, SK브로드밴드 협력사(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정규직은 33.1%, LG유플러스는 14.3%에 그쳤다. 반면 간접고용 비율이 높기로 정평이 난 건설업은 44.6%였다.
이는 인터넷·통신 업계의 낮은 수익구조에 기인한다. 이미 인터넷과 인터넷 전화 등이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출혈경쟁만 난무하면서 인건비를 낮추는 것 외에는 수익을 낼 방법이 없어졌다. 김하늬 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 조직국장은 "국내 인터넷·통신시장은 90년대 이후 인수합병을 통해 일부 대기업만 시장에 남았고, 중복투자가 발생해 시장이 포화상태"라며 "기업은 구조조정과 외주화 외에는 수익을 개선할 방안을 못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LG유플러스의 분기별 실적을 보면 2012년 1분기 731억이었던 인터넷 전화 매출은 올 1분기 676억원으로 8.13% 줄었다. 같은 기간 1793억원의 매출을 냈던 초고속 인터넷은 1682억원으로 110억원 감소했다. SK브로드밴드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2년 1분기 2823억원의 매출을 올린 초고속 인터넷은 지난해 4분기 2067억원으로 축소됐다.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 모두 IPTV로 그나마 수익을 맞추지만, 소비재가 아닌 설치산업 특성상 IPTV 시장마저 포화상태에 이르면 대안이 없다.
◇2012년 1분기 이후 분기별 LG유플러스 매출 추이.자료/LG유플러스
김하늬 국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외주화가 대거 진행됐으며, 남은 사업부문은 협력업체·대리점·하도급 등으로 떨어져나가 간접고용과 도급화를 부채질했다"며 "정규직 업무가 대체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저임금 구조는 노동 착취를 가속화했다"고 말했다.
원청-협력업체(서비스센터)-간접고용·도급화로 이어지는 다단계 사업구조는 인터넷·통신 업계가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기보다, 중간 마진을 많이 남기는 쪽으로 사업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마침내는 인터넷·통신 서비스의 질적 저하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국장은 "인터넷·통신산업 특성상 영업과 개통, 철거, AS, 공사 등이 핵심 업무인데, 이들 모두 외주화됐다"며 "낮은 임금·처우, 불안한 고용, 작업 중 높은 사고위험은 인터넷·통신 서비스의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결국 최종 소비자인 국민의 피해로 연결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