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부실로 인해 은행권의 하반기 수익성 전망이 어둡다.
당장 3분기에는 대출성장률 덕에 선방한 실적을 거두겠지만 금융감독당국이 기업부채에 대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요구하고 있어 4분기에는 부실기업에 대한 대손충당급 적립 부담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DGB·BNK금융지주를 비롯한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 7개 은행들의 3분기 당기순익은 약 2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12%, 전년동기대비 1.2%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이 소폭 감소한 것은 지난 상반기의 일회성 이익요인이 사라진 부분이 반영된 것이며, 기업부실에 따른 충당금 부담이 줄어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충당금 적립 가능성도 적어서 3분기 은행권 대손상각비는 1조6000억원으로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4분기다. 금융감독당국이 좀비기업에 대한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선제적 구조조정을 주문한 상태다. 은행들은 현재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를 진행하고 다음달까지 명단을 금감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한 시중은행의 여신담당자는 "아직까지 관련 대책이 구체화되지는 않아 3분기 결산에 반영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재조정이 먼저 이뤄질 경우 3분기 실적이 시장전망치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18개 시중은행이 대출해준 기업(외감법인 대상) 5만9212곳 가운데 5285곳이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자본잠식은 적자가 쌓여 자본금이 마이너스가 되는 것을 말한다.
자본잠식 기업에 물려 있는 은행권 대출은 51조9391억원로 전체 대출의 13.5% 수준이다. 산업은행(17조8605억원)이 가장 많고 기업은행(6조5642억원)이 뒤를 이었다. 우리은행, 농협은행, 수출입은행, 신한은행도 각각 3~4조원의 대출이 물려있다.
현재 자본잠식 기업 대출은 대부분 ′요주의′여신(7% 이상 충당금 적립)으로 분류돼 있는데 여신건전성을 재분류할 경우에는 고정(20% 이상)이나 회수의문(50% 이상), 추정손실(100%)로 넘어가 충당금을 더 적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실채권이 늘어날 경우 충당금 적립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은행들의 순이익은 줄어들게 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가계부채 후속 대책에 이어 한계기업 옥석가리기가 중요하다"며 "미국 금리 인상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충당금 부담이 있더라도 건전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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