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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량 기업, 자금조달 '비상'…회사채 위축에 CB·BW로 눈돌려
한계기업 회사채 투자심리 냉각…BW 등 구조화채권 시장은 활기
입력 : 2015-09-21 오후 3:57:01
비우량 기업들이 최근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속속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축된 회사채 시장의 투자 심리가 쉽게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기업들이 새 대안 찾기에 골몰한 결과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신용등급 BBB+)은 오는 23일 450억원 규모의 2년물 자산담보부사채 발행을 추진 중이다.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 공동 주관이며, 이미 뉴코아아울렛 평택점에 대한 담보물 보강을 통해 자산담보부사채 등급을 A-로 상향해둔 상태다. 이 상품은 청약결과 시장에서 전액 소화됐으며 금리는 통상 A- 신용등급 회사채보다 0.5%포인트 높은 3.2% 내외에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먼저 현대상선은 1500억원 규모의 만기 5년 BW 발행으로 자금조달을 마쳤다. 현대상선 BW 공모 청약에 몰린 자금은 4조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 BW를 매수하면 만기까지 연 7% 정도의 이자는 물론 주당 5000원에 인수할 수 있는 권리(신주인수권)까지 받게 된다는 점이 수요를 끌어올렸다. BW 발행 당시 주가는 7000원대 초반으로 신주인수권 행사 가격보다 2000원 이상 높았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도 500억원 규모의 CB 청약을 진행, 2조5000억원대 수요를 이끌며 자금을 모았다. 만기 3년 CB로 이자율은 0.25%에 불과하지만 주가 상승시 투자자는 전환가 11만3500원을 적용한 주식전환청구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회사채 시장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비우량 기업들이 BW나 CB 등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한계기업 구조조정 본격화 이후 실제 중소기업의 재무상황이 악화되는 등 비우량 회사채 투심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 7월 말 공모방식의 분리형 BW 발행이 다시 허용된 이후 한동안 경색됐던 BW 시장을 비롯한 구조화 채권 시장은 활기를 띄고 있다. 저금리 속 매력적인 금리로 투자자들을 유인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BW나 CB, 코코본드 등 메자닌유형의 채권 또는 구조화채권은 항상 저금리 상태에서 수요가 크다"며 "심지어 은행이 발행하는 코코본드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위험감내가 가능할만큼 매력적인 투자수단으로 통한다"고 말했다.
 
회사채 투심 개선 속도는 더딜 전망이다. 미국 금리인상과 관련된 불확실성 등이 잠재적 불안요인으로 자리잡은 데다 추석을 앞두고 회사채 매수세가 약해지면서 금리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회사채 투자에 보수적인 입장으로 선회했고 내년부터 회사채 신속인수제가 폐지되는 등 부정적인 소식이 전해진다.
 
특히 지난주 동국제강과 롯데케미칼의 엇갈린 신용등급 조정 소식도 악재다. 박진영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실적회복이 지연되고 있어서 향후 등급 하락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세미나에서 하반기 신용등급 하향기조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기존에는 이슈업종에서 집중적으로 신용등급이 강등됐다면 향후에는 다양한 섹터에서 산발적으로 등급하락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했다.
 
지난주 큰 폭의 변동성 확대가 이어진 점도 주목된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발표된 지난 17일 금리 낙폭이 매우 컸던 가운데 옐런 연준의장이 10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불확실성의 골은 더욱 깊어진 상태다. 투자자들은 이번주 예정된 연준위원들의 연설에 주목할 전망이다.
 
한편 지표물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주 역사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동결 여파로 상승세를 나타냈던 금리는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큰 폭의 되돌림을 나타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차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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