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실적악화 고통 떠넘기는 대기업들…벼랑끝 내몰린 영세 협력사들
현대중공업, 살인적 단가인하 강요…효성, 자사출신 특약점에 일감 몰아주기
입력 : 2015-09-09 오전 7:00:00
경기 부진으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면서 하청업체를 옥죄는 악성 단가 후려치기가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선과 철강, 정유·화학 등 최근 극심한 실적 부진에 빠진 산업의 경우, 고통 분담을 명분으로 협력사에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살인적인 납품단가 인하를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대규모 영업손실을 원가절감이라는 해묵은 방식으로 해결키 위해 힘없는 협력사들의 고혈을 쥐어짜고 있다. 그나마 1·2차 협력사는 버틸 여력이라도 있지만, 먹이사슬 최하위에 있는 영세 협력사의 경우 무리한 단가 인하 요구가 바로 폐업으로 이어지는 사형선고와 다름 없는 실정이다.
 
국내 조선업을 대표하는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2차 협력사인 B사에게 최대 29%의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했다. 1차 협력사인 A사를 통한 간접적 방식이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1년 말 B사에게 최대 72%의 살인적 단가 인하를 직접 강요한 바 있다. 견디다 못한 B사는 인하폭이 심한 부품 10여개의 납품을 포기했다. 15년 넘게 이어온 거래관계의 끝은 극심한 경영난이었다. 현대중공업의 횡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부당한 계약관계가 언론 등 외부로 유출될 경우 계약관계를 끊겠다는 각서까지 쓸 것을 강요했다.
 
문제는 단가 인하에만 있지 않다. 현대중공업은 톤당 작업단가인 기성비를 올 들어 최대 절반 가까이 삭감해 하청업체들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줄어든 기성비를 맞추기 위해 하청업체들은 작업시간을 최대한 단축해야 했고, 이는 안전문제로까지 이어졌다. 또 기성비 삭감을 견디다 못한 일부 하청업체들은 폐업을 선택, 밀린 임금과 퇴직금 체불 등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파생시켰다.
 
효성중공업은 자사 출신 특약점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각종 특혜를 통해 다른 일반 특약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심지어 일부 인사들은 퇴직한 임직원과 공모해 가상의 수주를 계약으로 반영, 실적을 메우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8인회라는 사조직을 결성, 그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독점적 지위를 누렸다는 게 내부 고발자의 생생한 증언이다.
 
한쪽에서는 협력사에 대한 무자비한 횡포가, 또 다른 한쪽에서는 자사 출신 특약점에 대한 특혜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음에도, 다수의 영세 사업자들은 입을 닫고 숨을 죽일 수밖에 없다. 자칫 문제 제기를 할 경우 해당 대기업과의 거래관계가 끊기는 것은 물론 아예 사업을 접는 퇴출 수순에 직면한다는 게 이들이 가진 공포다. 경제적 보복은 현실 속에서 여전히 커다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김영택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