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돕기 위해 배임죄 개선에 나섰다. 정갑윤 국회 부의장(새누리당)은 형법의 배임죄 규정을 명확히 하는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정 부의장은 현행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배임죄에 대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임무 위배를 한 행위’ 등 목적이나 고의성이 있을 때만 처벌하도록 했다.
현재 형법상 배임죄는 ‘자신의 임무에 위반하는 행위’로 규정, 판단기준이 넓고 애매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경영 판단에 관한 과도한 책임을 물어 기업인을 단죄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재계가 그동안 배임죄에 대해 끊임없이 법 개정을 요구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배임죄로 유죄를 받았지만 그 이유는 불분명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부의장은 “오늘날 형사법에 배임죄를 둔 나라는 독일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우리나라는 독일과 일본에 비해서 배임죄 부분이 굉장히 포괄적 구성요건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학계와 법조계의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 부의장은 형법상 배임죄를 세계적 기준과 현실에 맞게 개정함으로써 기업의 투자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8·15 광복절 사면은 국민통합과 더불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차제에 과감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로 기업들의 투자환경을 저해해 국가경제에 불이익을 초래하고 있는 과도한 배임죄를 세계적 기준과 우리 현실에 맞게 손질하는 것도 특별사면 못지않게 필요한 응급처방”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의장은 법안 발의에 앞서 18일 ‘오락가락 배임죄 적용,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여는 등 입법 마련에 시동을 걸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상적인 경영 활동까지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기업 경영 활동에 대한 과도한 형사적 개입으로, 기업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상법상 특별배임죄를 개정하거나 상법에 경영 판단 원칙을 명문화해 기업인의 경영 판단에 따른 과실에 대해서는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것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토론회에 대해 “사실 형법상의 배임죄는 폐지가 맞다는 것이 참여해주신 분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하지만 배임죄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우선 법안을 개정해서 배임죄 규정을 명확하게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정갑윤 국회 부의장(새누리당)은 고의성 내지 목적범인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도록 형법의 배임죄 규정을 명확히 하는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