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벨기에의 만화가 베르나르 이슬레르(58)가 지난 주 제18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참석차 내한했다. 베르나르 이슬레르는 만화가로서는 드물게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작품 전시를 한 경력이 있는 만화가다.
7살 때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베르나르는 18살 때부터는 벨기에의 일간지인 '르 주르날 드 스피루'와 함께 일하며 삽화와 시리즈물을 그렸다. 20대 후반에 이르자 책을 내기 시작한다. 1986년 출판한 <상브르>에 이어 <스무번째 하늘의 기억(1998)>, <브뤼셀의 하늘(2006)>, <루브르의 하늘(2009)> 등을 출간, 만화가로서 명성을 떨쳤다. 한국에도 <상브르>, <루브르의 하늘> 등 두 권이 소개됐다.
(사진제공=한국만화영상진흥원)
베르나르는 지난 10일부터 6일간 서울과 부천 등지에 머무는 한편, 사인회와 컨퍼런스 등 부천국제만화축제의 다양한 행사에 참석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국가에 온 게 이번이 처음"이라는 베르나르 이슬레르는 "사람들이 너무나 친절하다"며 반색했다. 다음은 한국만화박물관에서 만난 베르나르 이슬레르와의 일문일답.
일곱 살 때부터 만화를 그린 것으로 알고 있다. 만화가로서 경력을 쌓아온 과정에 대해 듣고 싶다.
할머니께서 내가 그림 그리는 것을 보시면 어머니께 보라고, 잘 그리지 않냐고 말씀하시고는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대학이나 정규과정을 통해 그림을 배운 적은 전혀 없다. 아버지(자크 히슬레르, Jacques Hislaire)는 벨기에에서 유명했던 기자였다. 어머니(안느 히슬레르, Anne Hislaire Guislain)는 문화부 고위 공무원이셨다. 여성 해방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그런 쪽의 일을 많이 했다. 자유로운 분들이셨는데 그런 기질을 물려 받지 않았나 싶다.
작품에서 혁명이라든지 사회정치적 상황들을 자주 그리곤 하는데 이런 부분 또한 부모님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인가.
부모님의 영향이라고는 생각 안 한다. 부모님은 너무 바쁘셔서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밖에 볼 수 없었다. 그보다는 60~70년대에 히피가 유행하지 않았나. 그 때 당시 비틀즈의 존 레논, 롤링스톤즈 같은 가수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피스 앤 러브’ 같은 모토들로부터(웃음).
'하늘'이라는 단어가 작품의 제목으로 여러 차례 쓰였다. <스무번째 하늘의 기억(1998)>부터 <브뤼셀의 하늘(2006)>, <루브르의 하늘(2009)> 등이 그런 경우다. 당신의 작품에서 하늘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
<브뤼셀의 하늘>을 예로 들어보겠다. 우선 하늘은 기독교에서 파라다이스로 표현을 하지 않나. 20세기 브뤼셀에서 희망의 장소를 찾고 싶었다. 20세기는 전쟁의 어둠이 드리워졌던 시기다. 그 속에서 긍정적인 상징을 찾고 싶었다. 하늘이라는 상징을 통해 20세기 속에 있는 희망을 보려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후 폐허가 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메리칸 드림’ 같은 경우를 보면 (미국의 방식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다시 일어나는데 그 모습을 보면 마치 천사를 본 것 같았다. 천사가 나타나서 지역에 새로운 희망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같았다는 얘기다. 아버지는 1, 2차 대전을 다 겪었지만 나는 60년대 초반에 다시 어떤 선한 것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았다. 사람들로부터 다시 희망을 찾고 평화를 찾는 기운이 나오는 것을 봤다. 그래서 <브뤼셀의 하늘>에서도 브뤼셀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는 신을 믿지는 않는다. 하지만 거의 매 작품마다 항상 천사가 등장해 희망을 이야기한다. 천사는 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다. 천사를 통해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그림을 그릴 때 어떤 재료를 주로 쓰는지.
만화마다 사용하는 재료들이 다 다르다. 처음에는 연필로 사용했었고, 그 다음에는 잉크를 찍어서 사용하는 중국 붓펜을 활용했다. 나중에는 디지털 기기인 스타일러스펜을 사용했다. 지금은 이런 것들을 섞어가며 사용 중이다. 스타일러스펜의 경우 유럽 만화계에서 최초로 사용했던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붉은색을 많이 사용하는 작가라고 소개되곤 한다. 화풍을 보면 고전적이면서도 특유의 개성이 느껴진다.
1848년 혁명을 배경으로 한 낭만적 사랑 이야기를 다룬 <상브르>의 경우 붉은 색을 많이 썼다. 로맨스에서는 나는 붉은색과 검정색이 떠오른다. 빨간색은 연인들의 사랑, 검정색은 죽음을 상징한다. 상브르에서는 희망도, 하늘도 없기 때문에 검정색과 빨간색만 썼다. 나중에 <루브르의 하늘> 같은 데는 파란색을 썼지만 <상브르>는 검정색, 빨간색만 썼다.
<루브르의 하늘>의 경우 예술과 정치 간 갈등을 다뤘다. 예술이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되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예술가들은 항상 정부와 반대되는 행위들을 하지 않나. 그래서 이 둘은 항상 긴장 속에 있다. 한편으로 정치가들은 항상 예술가들을 부러워하곤 하는데 아마도 예술가들이 세계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둘 사이가 긴장관계인 것도 그래서 그런 것 아닌가 싶다.
아시아 방문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들었다. 앞으로의 방문 계획은.
이번에는 한국에만 들르고 내년에 아시아의 다른 세 나라를 방문한다. 홍콩, 대만, 일본에 가서 디지털 시연회를 하기로 돼있는데 기대가 된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