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의 대체투자 규모가 9년새 1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투자 자산군의 고평가 진단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갈수록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10일 금융투자업계와 자본시장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설정된 대체투자펀드 총 순자산은 64조원으로 지난 2005년 4조원 대비 16배 가량 증가했다.
◇국내 대체투자펀드 자산군별 투자규모 확대 추이(자료=자본시장연구원)
자산군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금, 은, 구리와 같은 원자재 등 특별자산(31조원) 투자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어 부동산(30조원), 사모펀드(PEF) 등의 순이다.
기본적으로 대체투자상품은 고위험군에 속한다. 만기가 길고 유동성이 낮은데다 장내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탓에 공정가격이란 개념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사모중심의 시장이어서 투자정보가 제한적이고 초기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 등이 투자한계로 꼽힌다.
그럼에도 금융투자업계가 대체투자 분야에 집중하게 된 배경은 저금리다. 저금리 고착화로 인해 기관투자자들이 PEF 수익률에 대한 관심을 높인 영향이 크다. 과거 PEF 투자에 보수적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1%대까지 내려온 기준금리로 국고채 금리가 하락하며 상대적으로 오피스빌딩 투자(수익형 부동산) 매력도를 끌어올렸다.
문제는 수요 확대에 따른 가격 상승이다. 시장이 꾸준히 대체투자 비중을 늘려 나가면서 대체투자 자산군의 가격이 크게 오르며 가격 고평가 고민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리스크(위험)와 리턴(수익)이 비례하는 만큼 고평가된 대체투자 자산군의 위험 역시 클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저금리 속 연기금 등의 투자기간이 워낙 장기화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투자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기대수익률이 높은 대체투자 수요가 커지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대체투자 상품에 대한 투자규모 확대는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은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임대시장 부진에도 저금리에 따른 투자 메리트와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매매시장 활성화가 주목되고 저금리로 PEF 투자 확대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민간투자사업(SOC)의 가치는 갈수록 높아질 것이란 진단이다. 정부의 최소운영수익보장(MRG) 폐지로 기존 수익률은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SOC 사업 자체가 감소하면서 상대적인 몸값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는 얘기다.
그는 "최근 SOC에서 자금재조달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과거 고금리 차입금을 리파이낸싱을 통해 금리 수준을 낮추면서 운영수익률을 높일 수 있어 사업 주체가 적극 나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