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 유통 재벌로 꼽히는 신세계의 아웃렛 부지 매입 과정이 수상하다. 입찰 경쟁사보다 130억원 가량 적은 금액으로 부지를 낙찰 받았다. 통상 토지 입찰 과정에서 응찰 가격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신세계사이먼은 지난해 9월18일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배곧신도시 사업지구 내 부지 14만5418㎡를 시흥시로부터 661억6519만원에 사들였다. 이는 감정평가액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헐값이다. 신세계사이먼은 (주)신세계와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사이먼프로퍼티그룹과 합작해 설립한 곳으로, 복합쇼핑몰 건립을 주도하는 부동산 개발 업체다.
◇신세계, 복합용지 매입가 ㎡당 45만원…감정가의 절반

취재팀이 입수한 당시 신세계사이먼과 시흥시의 매매계약서, 감정평가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평가서, 신세계사이먼 사업계획서 등을 종합해 살펴보면, 신세계에 공급된 필지별 단가는 평방미터당(㎡) 45만5000원으로 정산됐다. 같은 시기 시흥시가 분양한 인근 상업용지의 평방미터당 분양가(240~460만원)와 비교해 턱없이 낮은 금액으로, 신세계는 최대 10분의 1 가격에 부지를 취득했다.
시흥시는 당초 해당 부지 17만9358㎡(블록명 복합1)를 1838억4195만원에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경쟁입찰 과정에서 절반도 안 되는 금액에 땅을 넘겼다. 앞서 2013년 3월 시흥시로부터 용역을 받아 실시된 태평양과 제일, 세종, 미래새한감정평가법인 등 4곳의 배곧신도시 복합용지에 대한 감정평가서를 보면 가로, 접근, 환경, 획지, 행정, 기타 등 개별평가항목을 종합해 6필지 총 2077억930만원, 이 가운데 복합용지(복합1)는 1847억3874만원의 가치로 책정됐다. 평방미터당 103만원으로, 신세계가 사들인 45만5000원과 큰 차이가 난다.
◇미래에셋, 신세계보다 130억 더 써내고도 탈락
부지 입찰 당시 신세계와 경쟁을 벌였던 미래에셋증권컨소시엄은 이런 점들을 종합해 신세계보다 평당 약 30만원 더 많은 180만원, 총액 기준으로는 132억원 정도를 더 써냈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했다.
당시 평가 기준은 총 1000점으로 ▲토지가격평가(300점) ▲사업수행/재무(250점) ▲개발계획(200점) ▲운영계획(130점) ▲사업관리(120점) 등으로 배점이 매겨졌다. 평가 결과표를 보면, 미래에셋은 가격적 요소(토지가격 평가점수)를 제외한 전 항목에서 신세계에 뒤지면서 고배를 마셨다. 특히 가산점 항목이 눈에 띈다. 유통사 가점에서 신세계는 20점 만점을 받았지만, 미래에셋은 0점 처리되며 희비가 엇갈렸다.
게다가 미래에셋 역시 신세계와 마찬가지로 해당 부지에 아웃렛을 포함한 복합쇼핑몰을 건립할 계획이었다는 점에서, 시 재정에 도움이 될 100억원대 돈을 손쉽게 포기했다는 점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부지 매각 총액이 600억원대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132억원이란 격차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시흥시는 또 신세계 배곧 아웃렛 입점 시기(2017년)에 맞춰 공동주택용지(B6)에 복합용지와 월곶을 잇는 진입 고가도로를 개설하는 한편, 행정절차 및 제반사항에 대해서도 적극 지원을 약속하면서 일부 시의원들과 지역 상인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시흥시상인연합회와 전국乙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문 변호사를 선임해 법률적 검토를 마친 뒤 민변 등 시민단체들과 손잡고 시흥시와 신세계를 검찰에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맹지였다"는데…복합쇼핑몰 입지 여건 '최적'
반면 시흥시와 신세계 측은 복합부지 매각 과정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으로, 해당 부지 또한 두 차례 유찰되는 등 맹지였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시흥시 미래지원과 관계자는 지역경제 활성화 취지에 따라 도시 개발이 진행됐다며, 특히 "외부 평가위원 8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공정성을 높였다"고 특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인근 상업지구와 비교해 낮은 금액에 매각했다는 지적이 있지만, (해당 부지는) 4만4000평이 넘는 대규모 토지인 데다 부지 형상이 부정형화돼 분할 매각도 쉽지 않은 맹지였다"며 인근 상업용지와의 단순비교는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인근 부동산중개소들은 "부지의 가치는 향후 도시개발 계획과 비례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여러 입지 요건들을 고려했을 때 부지 가치는 매각대금 이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도시계획을 들여다보면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기본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다, 제3경인고속화도로 정왕IC가 사업지를 관통해 유동인구 유입이 용이하는 등 접근성 또한 우수하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최근 수년간 인근 부동산 값이 치솟았다.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정책실장은 “일반적으로 지자체가 감정평가액 이하로 땅을 매각하는 경우는 교육시설이나 공공시설 등 공익을 위한 목적이 대부분으로, 이번 시흥 배곧 신세계 아웃렛과는 경우가 다르다"며 "유통 대기업에 절반도 채 안 되는 금액에 땅을 퍼주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정식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실(시흥을)은 "배곧신도시는 인천국제공항과 인접해 대형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경우 지역상권 활성화가 기대된다"며 "다만 인근 월곶, 오이도, 정황동 상인들과의 협의를 통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 복합쇼핑몰 유치 혈안…곳곳에서 갈등
이는 비단 시흥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자체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대기업의 복합쇼핑몰 유치에 혈안이 되면서 곳곳에서 지역 상인들과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앞서 지난 2013년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에서 개장한 신세계 첼시 프리미엄 아웃렛 부지 매입 과정에서도 헐값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김수근 부산시의회 의원은 "부산시가 신세계에 60억원 이상의 헐값에 부지를 매각됐다”며 “관련 법률에 따라 감정평가도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최근에는 정현복 광양시장이 광양읍 덕례리 인근 '광양 LF 프리미엄 아웃렛 건립사업'과 관련해 지역 소상공인 단체로부터 고발당했다. LF아웃렛입점반대 전남동부권대책위원회는 "사업 부지가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아웃렛 건설이 불가능한 부지였으나, 준주거지역으로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했다"며 "광양시는 한 술 더 떠 토지보상 위수탁계약도 대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전남개발공사가 남악신도시에 복합쇼핑몰을 유치하는 과정에서도 도시지원시설용지의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 물의를 일으켰다. 해당 지역 중소 상인들은 상업지역을 모두 분양하고 나서 토지용도를 임의로 변경해 롯데 복합쇼핑몰을 유치했다며, 이로 인해 생계를 위협받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일부 지자체장들이 보여주기식, 실적쌓기 용도로 복합쇼핑몰 유치를 나서면서 편법적인 토지용도 변경과 부실한 상권영향평가 심사 등을 통해 대기업의 편의를 봐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분별한 복합쇼핑몰 유치가 가져올 지역경제와 중소상인 피해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