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들어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 재벌의 복합쇼핑몰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민주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정부에서 경제민주화의 단초가 된 골목상권 침해를 되레 조장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무엇보다 유통 재벌들의 무차별적인 확장에 지역 상권이 황폐화되면서 영세 소상공인들의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민생을 국정의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대통령의 약속 또한 구호에 그치게 됐다.
대한상의가 발간한 2015년 유통백서 <국내 복합쇼핑몰 주요 현황>을 보면, 2000년 코엑스몰을 시작으로 오는 2017년까지 총 59곳의 복합쇼핑몰(아웃렛 포함)이 국내에서 운영되거나 새로 들어설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첫 해인 2013년 한 해에만 ▲롯데 아웃렛 서울역점(서울·1월) ▲업스퀘어(울산·5월) ▲아비뉴프랑(판교·5월) ▲원마운트(고양·5월) ▲롯데 아웃렛 부여점(부여·9월) ▲롯데 피트인(서울·5월) ▲송도 커넬워크(인천·7월) ▲기장 신세계 아웃렛(부산·8월) ▲롯데 프리미엄 아웃렛 이천점(이천·12월) 등 총 9곳이 문을 열었다. 롯데몰 수원은 지역상권 반발로 개장을 한 해 미뤄, 이듬해 11월 오픈했다.
이를 시작으로 오는 2017년까지 전체의 절반이 넘는 35곳의 복합쇼핑몰이 우후죽순 들어설 예정이다. 대부분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이른바 ‘유통 빅3’가 복합쇼핑몰 시장을 이끌고 있다. 총 35곳 중 롯데 16곳(45.7%), 신세계 10곳(28.5%), 현대백화점 5곳(14.2%)으로, 이들 빅3가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은 88.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 들어 이들 대기업의 복합쇼핑몰 진출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과 관련해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의 편향적 유통산업발전기본계획 기조에 따라 유통 재벌들의 복합쇼핑몰 출점은 급속도로 확장될 것”이라며 책임을 정부에게 물었다.
물론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복합쇼핑몰과 같은 원스톱 메가 유통채널이 등장할 수밖에 없고, 유통 대기업 역시 경기 침체 속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해 지속성장을 이어가야 한다는 면에서 이들 대기업이 복합쇼핑몰 확장에 나서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무차별적으로 생겨나는 대기업 중심의 복합쇼핑몰에 그나마 연명하던 지역상권이 아사 직전에 빠졌고, 이를 정부가 방관 내지 조장했다는 점은 그 어떤 논리로도 반박하기 어려운 참담한 현실이다.
지난해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1개 들어설 경우 22개의 동네슈퍼나 80여개의 소매점들이 폐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복합쇼핑몰의 경우 반경 5~10km 범위의 상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여서 대형마트나 SSM과는 차원이 다른 파급력을 갖고 있다.
신세계 영등포 타임스퀘어와 파주 첼시, 롯데 프리미엄몰 아웃렛의 상권 분석 결과를 보면, 인근 슈퍼와 음식점, 의류 소매점, 잡화점, 미용실 등 전 업종에 걸쳐 매출이 평균 46.5% 이상 하락했다. 매출이 감소한 중소 상인들 60% 이상은 2~3년 이내에 폐업을 결정했다. 자영업의 끝이 빚으로 연결되면서, 이는 가계부채 급증과 함께 또 다른 소비 침체를 불러오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최민성 한양대 도시대학원 겸임교수는 “대기업 중심의 복합쇼핑몰 난립은 우리나라 중소 유통의 시장 잠재력 감소로 이어지며, 이는 중산층 붕괴와 직결된다는 측면에서 매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