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난 1960~1970년대 급속한 도시개발 과정에서 수용 절차 없이 도로로 편입해 지자체가 관리해 온 토지를 원 소유자에게 반환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5부(재판장 최성배)는 H사가 서울 서초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임야 158㎡를 인도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다만 지방재정법에 따라 최근 5년 내의 부당이득에 대해서만 반환을 인정하고, 이 기간의 차임료로 4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어떤 토지를 도로부지로 무상 제공하는 방법으로 사용·수익권을 포기하는 경우 상속·합병 등의 포괄승계는 물론 매매, 경매 등 특정승계에도 당사자가 아닌 토지의 취득자에게 그 포기약정의 효력이 미치게 되고 '영구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향후 모든 소유권 취득자가 이를 종료시킬 수 없다"며 "소유자가 토지를 도로부지로 무상 제공했더라도 사용·수익권을 영구적으로 포기한다는 명시적인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이상 영구적인 포기라고 섣불리 단정해선 안된다"고 설명했다.
소유권에 대한 물권적 제한은 없고, 원소유자가 채권적 사용·수익권 포기를 한 것 인데 이는 사용대차와 유사한 것으로 영구적인 포기가 아닌 한 사용대차 관련 조문에 따라 사용대주가 포기약정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동광로의 도로 관리청이라 하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는 토지를 점유할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토지를 소유함과 동시에 피고가 이를 점유한 기간 동안의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이어 "토지의 원 소유자가 1962년 10월 해당 반포동 토지를 취득하고 '영동1토지구획정리사업'에 따라 동광로가 최초로 개설되고 확장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에 의해 토지를 도로부지로 제공했다고 보이지 않고 제3자에 의해 도로가 개설되고 사용되는 현상을 수인하고 이에 기초해 도로부지 외의 토지를 분할하여 매각했을 뿐"이라며 "A씨가 이 토지의 사용·수익권을 영구적으로 포기하고자 하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토지의 원 소유자에게 그동안 어떤 대가를 지급했다고 볼 자료가 없고, 현재 도로가 확정돼어 있어 이 사건 토지를 인도해도 노폭을 조정하여 사람과 차량의 통행에 방해를 초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해당 토지는 A씨가 1962년부터 소유하고 있었고, B씨가 2002년 2월 강제경매를 통해 취득했다. B씨는 서초구에 토지 보상 등을 요구하다 불발 되자 2004년 H사에게 매각했다.
이 토지의 지상에는 1960~1970년대 영동1토지구획정리사업 당시 도로가 개설됐는데 이 도로는 지속적으로 확정되어 현재 '동광로'라는 이름으로 폭 3m인 블록 인도, 폭 6m인 포장 차도(왕복 2차선)가 개설됐다.
서초구청장은 1999년 5월 구 도로법에 따라 동광로를 서초구의 신규 구도(區道)로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된 '서초구 도로 노선의 인정'을 공고했고, 서울특별시장은 동광로와 같은 노폭 20m 미만 도로의 신설 및 도로부속물의 설치는 관할 구청장에게 위임했다.
서초구는 1999년 5월 이후 동광로의 도로관리청으로서 이를 유지·관리하고 시설을 설치·운영하며 토지를 점유해왔고, H사는 해당 토지와 부당이득금을 반환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