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의 취업정보센터에 등록된 한 법무법인의 변호사 채용 공고. 사진 / 뉴스토마토
변호사시험 성적 공개를 금지한 현행 변호사시험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로스쿨 출신 변호사 채용 시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법무부가 지난 9일 '변호사시험 성적'을 신청자에 한해 공개하자 이미 몇몇 로펌은 변호사시험 성적을 1차 서류심사 기준으로 내걸었다. 취업정보사이트에 올라온 변호사 채용 공고 중에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에 대해 변호사시험 성적표 제출을 요구하는 곳도 생겼다.
서울의 한 대형 로펌 중에는 이미 채용된 소속 로스쿨출신변호사들에게 성적표 제출을 요구한 로펌이 있는 것으로 확인 됐다. 이 로펌 관계자는 "소속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에게 성적표 제출을 요청한 것은 맞지만 의무 제출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로펌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서로 상대방 성적표 제출 여부를 묻거나 이에 응해야 하는지를 두고 여러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뉴스토마토> 취재결과 우리나라 '10대 로펌' 중 3곳은 향후 신규 채용에 변호사시험 성적 반영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로펌 관계자는 "이미 입사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에 대해서는 성적표을 받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앞으로 신규 채용 과정에서는 성적표를 제출하는 것으로 채용 방침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B로펌 관계자도 "변호사시험 성적도 변호사로서 여러 준비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채용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상위권 로펌인 C로펌 관계자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지만 내부적으로 변호사시험 성적표 제출 요구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형 로펌인 D로펌에서 최근까지 인력 채용을 담당했던 한 변호사는 "열심히 시험을 준비해 좋은 성적을 받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경우엔 이를 본인의 마케팅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 볼 일"이라며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성적 반영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상당수 로펌 관계자들도 "변호사시험 성적이 객관적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를 채용에 반영하는 것은 그동안 로스쿨 출신 변호사 채용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학연 또는 지연이라는 '깜깜이 채용' 문제를 투명화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변호사시험 성적'이 로스쿨 출신 변호사 채용 시장에서 결정적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을지는 아직 불분명한 상태다. 현재 '10대 로펌' 중 7곳을 비롯해 적지 않은 중·소형 로펌들 은 변호사시험 성적의 채용 반영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변호사시험 성적 공개 전에 이뤄지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 신규 채용 시스템상 변호사시험을 채용에 반영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고, 변호사시험 자체가 자격 시험이기 때문에 '컷 통과'라는 의미를 넘어 실제 변호사로서의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활용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최상위권인 E로펌 관계자는 "대형 로펌들 경우엔 로스쿨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턴십 프로그램을 거쳐 졸업 전에 채용이 이뤄지는 구조"라면서 "졸업 이후에 공개되는 변호사시험 성적을 채용에 반영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유력 10대 로펌인 F로펌 관계자도 "대형 로펌의 경우 파트너 변호사 위주로 재판이 진행돼 개인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보다는 팀에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는다"면서 "자격 시험인 변호사시험 성적 같은 개인의 성적을 채용에 반영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했다.
서울의 한 소형 법무법인 관계자도 "대학 전공과 다른 사회 경험 또는 전문 분야를 중점으로 로스쿨 출신 변호사 채용을 결정한다"며 "변호사시험 성적만으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실력을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시험을 '컷 통과' 외에 다른 의미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