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손해보험(현 MG손해보험)의 석연찮은 매각과정이 하나둘 베일을 벗으면서 기획 인수설까지 불거진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독 강화를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야당이 정권 차원의 비리의혹으로 보고 진상조사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서, 이 문제가 정치권 이슈로 비화할 조짐이다.
8일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2012년 자베즈파트너스가 조성한 '자베즈 제2호 투자목적회사'(이하 자베즈 펀드)와 관련해 새마을금고가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더라도, 현행 법에 조치 근거가 없다"며 "조치 근거가 필요함에 따라 향후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서는 사모펀드를 구성하는 투자자를 GP(무한책임사원: 운용사)와 LP(유한책임사원: 투자사)로 구분하는데, '부당권유 행위'(일정 투자수익률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사모펀드에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행위)에 대한 징계 조치 근거는 GP에만 있다. 새마을금고는 자베즈펀드에 LP로 참여해 위반이 있더라도 징계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또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금감원에는 새마을금고를 검사할 감독권이 없다"며 "검사권에 대한 사항은 상위법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본시장법은 손질해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지만, 상위법마저 개정하지 않는 이상 새마을금고에 대한 당국의 감독권을 강제할 방안은 없다는 설명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친박 권력형 비리게이트 대책위원회' 김관영 의원은 "현행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인수전이 벌어졌는데도 제대로 된 처벌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그린손보 매각과정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 친인척이 얽혀있는 데다, 최종 매각이 지난 18대 대선 직후인 2013년 2월인 점을 예의주시했다.
김 의원은 이와 함께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독권 강화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새마을금고는 국내 금융기관으로서는 사실상 유일하게 당국의 관리감독 사정권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이 같은 사각지대는 부실과 비리 등의 문제를 낳는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전국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자금과 조직을 가진 새마을금고는 행자부 소속으로, 정부와 정치권의 비호 속에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머울고 있다"며 "지금 같은 구조에서는 언제든 이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가 지난해 5월 대표발의한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은 아직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앞서 <뉴스토마토>는 7일치 1면과 6면, 7면 등 3개 면에 걸쳐 그린손보의 매각과정에 제기된 의혹들을 되짚었다. 금융시장에서 이름조차 생소한 자베즈가 사모펀드를 통해 18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끌어들이고, 그린손보를 인수한 과정에 대한 실체 추적이었다. 부산은행을 비롯해 SK와 롯데 등 굵직한 기업들이 그린손보에 눈독을 들였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모두 중도 포기했고, 자베즈가 인수에 성공했다.
자본금 10억원대에 불과했던 자베즈에 종자돈을 제공한 곳은 대유그룹으로, 이곳의 박영우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조카사위다. 자베즈의 설립자인 박신철씨는 박영우 회장의 조카다. 또 그린손보 매각을 주관한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박 대통령의 동생인 지만씨와 고교 동창이다. 매각과정을 감독한 성인석 금감원 손해보험서비스 국장은 현 김성삼 새마을금고 신용공제사업 대표이사와 금감원에서 함께 일했다. 성 전 국장은 그린손보 매각 직후 이름을 바꿔 단 MG손보 초대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논란을 낳았다.
얽히고설킨 관계도와 더불어 그린손보 인수 배경으로 지목된 곳이 새마을금고다. 새마을금고는 자베즈 사모펀드 초기 400억원을 투자했다. 또 하나은행과 교원인베스트 등 기관 투자자들에게 연 6.5%의 투자 수익률을 보장하며 그린손보 인수를 주도했다. 인수 이후에는 다른 투자자들의 지분을 사들여 그린손보의 실질적 주인으로 자리했다. 그린손보의 새 사명은 새마을금고(MG)에서 딴 MG손보다. 새마을금고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으로 있던 1963년 출범했다.
최병호·이순민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