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증권사들이 유상증자를 통해 잇따라 '실탄' 확보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업계의 '릴레이 증자'가 이어질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진다. 내년부터 더욱 강화될 금융당국의 재무건전성 규제에 대비한 일부 증권사의 자본확충 결정 소식에 신한금융투자와 SK증권 등도 증자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은 이달 초 534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지난달 하이투자증권이 1200억원 규모의 증자 결정 이후 나온 증권사의 두 번째 증자 소식이다.
이는 내년부터 본격화할 증권사 레버리지비율(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규제와 새 NCR(영업용순자본비율) 체제에 대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 신한금융투자와 SK증권 등의 증자 참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내년 1월 증권사 레버리지비율 규제 시행을 앞두고 상당수 증권사의 레버리지비율은 목까지 찬 상황이다. 최근 중대형 증권사 위주로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결합증권 판매 증대를 위해 평균 레버리지 비율을 높여왔기 때문이다.
당장 자산축소 또는 확충이 불가피하지만 자산을 축소하면 금융상품 판매 축소가 불가피하고, 이는 실적악화로 이어져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들 회사는 증자가 답이라는 결론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신한투자의 경우 비즈니스 지속 차원에서 숨통이 트이려면 당장의 자본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연내 적정 규모의 자본을 확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의 릴레이 증자 소식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자본축소냐 자본확충이냐 기로에 놓인 증권사가 많은 상황"이라며 "이미 내부적인 검토에 들어간 증권사들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명분이 불명확한 자본확충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덩치 키우기에 급급한 증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자기자본을 3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려 종합금융투자회사로 나섰던 대형증권사들의 자본 효용성도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수준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국내는 금융당국의 규제 등에 의해 종합금융투자사 혜택이 아직도 적은 편이어서 증자 명분으로 내세우기 어렵다"며 "덩치로 실현할 수 있던 채권평가익도 더 이상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영업기반 확대와 같은 뚜렷한 명분 없는 증자는 자본확충 후 수익개선 효과도 없다는 지적이다. 이효섭 박사는 "현재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규제완화 패러다임 변화에 선 가운데 '빅네임 증권사'가 나올 단계"라며 "증권사들의 활발한 유상증자는 바람직하지만 그간 잘하던 것을 더 잘하기 위한 증자보다는 새 비즈니스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