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큰 혼란도 급격한 변동성 확대도 없었다. 주식시장 가격제한폭 확대(상하 15%→30%) 시행 첫날인 지난 15일이다. 상한가로 치솟은 종목은 7개. 하한가로 떨어진 종목은 없었다. 오히려 거래량은 평소보다 부진할 정도로 시장은 침착하고 신중했다. 한국거래소가 가격제한폭 확대 시행에 발맞춰 새로 도입한 변동성 완화장치 덕분이란 평가가 나온다. 거래소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하반기 더욱 강력한 규제 시행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17일 이해선(사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위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진화하는 불공정거래에 대응한다는 명분하에 거래소부터 대대적인 변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달라진 점은 그 배경이 됐다고 했다. 시장질서 교란 행위 규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개정 자본시장법이 오는 7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불공정거래 규제를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화할 것이란 이유다.
이해선 시감위원장이 가장 강조한 부분은 타이밍. 제도 시행 초기 한 달의 중요성이다. 무엇보다 시장의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거래소는 앞서 불공정거래에 대해 사후적발보다는 사전예방 중심의 시장친화적 자율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시장 건전성과 투자자 신뢰는 유지하면서 최근 회복되고 있는 시장 활력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를 불공정거래 시도 자체를 막아야 합니다. 유혹이 있을 수밖에 없는 시장이기 때문에 제도 차원의 시장감시 규정과 시스템 개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제도 시행 첫 달을 집중 감시기간으로 뒀다. 앞서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른 영향 분석을 통해 시장감시 기준과 시스템 개선은 이미 마친 상태다. 불공정거래로 인한 투자자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는 등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돕는 차원에서다.
"시장 흐름을 정확히 읽는 체제를 갖춰 미리 시장에 경고를 주는 활동을 강화해 나갈 겁니다. 정확한 기업 공시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풍문을 빨리 확인해서 기업에 해명토록 하는 것도 또 하나의 시장 친화적인 사전예방이라고 봅니다. 혐의가 있다면 예방감시 차원에서 시장에 피드백을 주는 것이죠. 시장의 오판을 막는 데 집중할 생각입니다."
거래소 시장감시 업무 개선을 통해 예방조치요구와 시장경보제도 기준 가운데 일부 주가상승률 기준을 확대된 가격제한폭에 맞춰 변경했다. 장중 주가변동 가능 폭이 확대됨에 따라 장중 주가변동 과다 종목 기준 등을 새로 추가한 것도 그런 이유다. 아울러 초단기 시세조종 증가 등 불공정거래 매매 양태 변화 가능성에 대비해 매매분석기법과 분석 툴을 개선했다.
시감위는 집중점검기간에 구애 받지 않고 상시적인 점검 체계를 유지할 계획이다. 가격제한폭 확대 시행과 관련해 그 어느 때보다 시장 안정장치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내놓은 안정장치만으로는 불공정거래 근절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배경이 됐다.
"시행초기의 시장 상황을 악용한 신종 불공정거래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죠. 시장감시가 강화된 만큼 시장 참가자들은 더 앞서나가 새 투자수법과 주가조작기법을 보다 은밀하게 동원할테니까요."
시감위는 집중점검기간 중에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짚어보고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다. 시장 모니터링은 집중기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유지할 예정이다. 정교한 제도로 '견물생심'을 부추기지 않도록 반드시 패널티를 적용할 방침이다.
갈수록 진화하는 불공정거래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초단기화되는 불공정거래 추세에 가장 필요한 대책은 적발체계 신속화라는 판단으로 시장감시기준과 시스템 등을 개선하겠다는 설명이다.
"최근 두드러진 불공정거래 경향을 보면 다수 종목에 대해 짧은 기간 소량 매수 주문을 집중하는 '초단기 시세조종' 등 지능화 경향을 보이고 있어요. 장기간 광범위한 계좌군을 통해 시세조종, 내부자거래나 부정거래가 모두 의심되는 '장기 복합형 불공정거래'도 두드러집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증권방송, 포털사이트 증권게시판 같은 사이버 공간에서 종목 추천 등을 통한 '사이버상 부정거래' 개연성도 빼놓을 수 없죠."
시감위는 하반기 시행되는 시장질서 교란행위 규제에 대비한 인력 확충 계획도 갖고 있다. 새로운 규제 도입에 따라 감시업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 등 관계기관 공동으로 '안전한 자본시장 이용법'이라는 해설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시감위는 불공정거래에 대한 제재 범위와 수위도 강화했다. 특히 과거 정보이용형 교란행위 등에 대해 1차 수령자(내부자 또는 그로부터 직접 정보를 받은 자)만 처벌했던 것을 확대 적용키로 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3차, 4차 등으로 이어지는 불공정거래 단기 확산 속도가 빨라진 점을 감안한 것이다.
"예전에는 직접적으로 불법행위에 나서거나 목적이 뚜렷한 시장교란 행위만 규제했다면 앞으로는 목적 입증이 안 되도 간접적인 시세 교란요인으로 작용했다면 제재해 규제공백을 완전 차단할 겁니다. 풍문이라는 것이 추상적이어서 입증이 어렵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죠."
이를 위해 시감위는 관계기관과의 공조체제도 확고히 했다. 사전예방활동 강화에도 불구하고 불공정거래 의심행위가 발생할 경우 즉시 분석해 패스트트랙(Fast-track) 등을 활용함으로써금융위·금감원·금투협 등과의 공조체제를 통해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장안착과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거래제한폭 확대에 따른 시장감시 방안은 17년만에 새로운 시도에 나서는 만큼 예측하기 힘든 온갖 상황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물입니다. 옥석가리기를 거쳐 궁극적으로는 자본시장의 기능 활성화를 꾀할 것으로 봅니다."
취임 한 달여를 맞은 이해선 거래소 시감위원장의 관심은 온통 '시장감시'에 쏠려 있다.
이 위원장은 거래소 변화에 걸맞게 변신하겠다고 했다. 시장감시 최일선에 선 사령탑으로서 건전한 자본시장 발전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무엇부터 해야할 지 많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시감위원장 취임 후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시감위는 일이 많은 곳임을 체감하고 있어요. 시장 건전성과 투자자보호를 위해서죠. 시감위는 상식적으로 알고 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곳이라는 점을 느끼고 있습니다."
행정고시 29회 출신인 이 위원장은 산업자원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을 거쳐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역임한 뒤 지난달 15일 신임 시장감시위원장으로 취임했다. 앞서 기업구조조정과 중소서민금융정책 업무를 주로 해온 그는 2001년 금융감독위원회 재직 시절 호주거래소에서 2년 가까이 파견근무한 경험이 있어 자본시장 이해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호주 자본시장은 수직 상승하던 시기였습니다. 호주거래소는 국제거래소와 경쟁체제 확보에 치중할 때였죠. 싱가폴과의 교차거래가 허용된 시기였고 자본시장통합법 체제에 이미 들어간 후였습니다. 한국에 없는 시스템과 다양한 상품을 인상 깊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기업구조조정 업무 당시 상장폐지나 거래정지되는 기업과 투자자와의 이해관계 충돌과정에서 생기는 매듭을 조율해온 경험도 시야를 넓힌 배경이 됐다.
"금융과 관련한 정책결정을 위해서는 하나만 알아서는 어렵습니다. 자본시장제도는 물론 은행제도 등도 모두 꿰어야 하는 겁니다. 29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자본시장에 들어왔으니 저의 모든 역할을 자본시장에 집중해야죠."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