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경기 1회 투런포를 날린 스나이저. (사진=ⓒNews1)
"절실함이 있으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방출될 것만 같았던 브래드 스나이더(33·넥센 히어로즈)가 홈런군단 '넥벤져스'의 당당한 일원이 됐다. 2군(퓨처스리그)에서 정신을 재무장하며 시즌초반 극심한 타격부진을 딛고 일어났다. 염경엽 감독은 기다리며 기회를 줬다.
스나이더는 지난 8일까지 타율 2할5푼5리(153타수 39안타) 9홈런 31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4월 27일 1군 말소 후 2군에 다녀온 뒤 성적은 타율 2할8푼8리(104타수 30안타) 9홈런 23타점이다. 1군 말소 전까지 타율 1할8푼4리(49타수 9안타)에 홈런은 한 개도 없었던 과거와 달라졌다.
염 감독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 사이 두산 베어스는 잭 루츠를, 한화 이글스는 나이저 모건을 방출했다. KT 위즈는 투수 앤디 시스코를 방출했다. 염 감독의 행보는 조금 달라보였다. 시간을 갖고 기다렸다. 지난 시즌에는 타격에서 무게감이 떨어졌던 외국인 타자 비니 로티노와도 끝까지 함께했다. 당시 로티노를 야수뿐만 아니라 포수로 활용했다.
"선수 자신이 인생의 전환점을 맞으려고, 성공하기 위해서 온 것 아닙니까"라고 염 감독은 말한다. 그래서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돈을 벌기 위해 타국에 온 겁니다. 인생이 바뀔 수도 있고요. 어떻게 보면 칼자루를 제가 쥐고 있는 거고 최대한 기회를 주려고 한다"며 "모두가 인정하는 수준까지는 기다린다"라고 덧붙였다.
마냥 기다려주는 건 아니다. 절실함이 있어야 한다. "야구에 대한 절실함이 있으면 어느 정도는 해결된다. 그러면 꽝은 없다"고 염 감독은 말했다. 그러나 팀 분위기를 해친다든지 등 인성문제가 드러나면 바로 방출이다.
외국인 선수를 오래 기다려주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미지'다. KBO리그는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진 리그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통해 국제적 위상도 높아졌다. 강정호는 KBO리그 출신 첫 타자로 미국프로야구(MLB)에 진출했다.
염 감독은 "'한국야구는 (쉽게 방출하고) 그런 것 같아'라는 이미지를 주기 싫다. '예의범절도 있고 좋은 곳이다'라는 말이 다른 나라 리그에 도는 게 우리 야구판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사진=뉴시스)
스나이더는 넥센과 염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정말 고맙다. 다른 구단에서는 외국인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보내지는 거 많이 봤는데. 고맙다"고 말했다. 2군행에 대해서도 "서운했다기보다 좋았던 때로 돌아가는 기회로 받아들였다. 조급함을 없애려고 했다. 정신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했다.
넥센은 팀 홈런 92개로 리그 1위를 기록 중이다. 팬들은 넥센을 무시무시한 파워를 갖춘 '어벤져스' 군단에 빗대 '넥벤져스'라고 부른다. 그런 곳에서 스나이더는 팀 내 홈런 4위다. 2군행 때문에 17경기를 소화하지 못하고 거둔 성적임을 고려하면 스나이더의 파괴력을 짐작할 수 있다.
스나이더를 만든 것은 8할이 '기다림'인지 모른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