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가 이어지면서 일각에서 무분별한 개발이 난무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올들어 재건축 연한 단축에 이어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한 경우 안전성에 문제가 없어도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했다.
층간소음 같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 등을 고려한 것이지만 무조건 부수고 다시 짓고보는 개발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재건축 연한 단축 및 재건축 연면적 기준 폐지, 재건축 안전진단 제도 합리화 등 개정안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이 29일부터 시행된다.
시행령에 따르면 먼저 최장 40년에 이르던 재건축 가능연한 상한이 30년으로 단축된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1987년 준공된 아파트부터 현행보다 2년에서 최대 10년이 줄어드는 것이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 전용 85㎡이하 주택을 세대수 기준 60%이상, 전체 연면적 대비 50% 이상 건설토록 한 규제 가운데 연면적 제한도 폐지된다. 또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 역시 5%포인트 완화된다.
특히, 이번 시행령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은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부분이다.
그동안 모든 안전진단은 구조안전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평가점수가 총 100점이라면 구조안전성은 그동안 40%의 가중치가 적용돼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평가 받아왔다. 이어 건축마감 및 설비노후도 30%, 주거환경 15%, 비용분석 15% 순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행령에 따르면 구조안전성 가중치는 20%로 절반이 줄어들고, 비용분석 역시 5%포인트 낮아진 10%가 적용된다. 건축마감 및 설비노후도는 종전과 같은 30%다.
반면, 주거환경 부문 가중치는 15%에서 40%로 크게 늘어난다. 특히, 주거환경이 심각하게 열악해 주거환경 부문 점수가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을 경우 구조안전성 등과 무관하게 즉시 재건축이 가능해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거환경중심 평가에서도 구조안전성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부분인 만큼 이 부분에서 최하등급을 받을 경우 즉시 재건축 판정을 받도록 했다"며 "종전의 안전진단 기준과 달리 주민들의 다양한 공동주택 재건축 수요를 반영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나친 재건축 규제 완화로 무분별한 도심 개발이 이어지고, 전세난이 장기화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 교수는 "재건축 연한 단축만으로도 노원과 양천구 등 서울 많은 자치구에서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게 됐다"며 "안전적인 문제 외에도 생활불편만으로 재건축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무분별한 개발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A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부족으로 인한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난이 심각한 상황이다"며 "장기적으로 재건축 규제 완화로 인한 이주수요 증가로 인해 전세물건 부족으로 인한 전세난은 계속 될 수밖에 없어 그에 따른 방안 마련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연한 단축 등으로 재건축 추진이 예상되고 있는 서울 노원구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