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절차를 자동 개시토록 하는 내용의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이른바 ‘신해철법’이 발의 1년이 넘도록 논의조차 못 되고 있다. 이해당사자인 의사 및 병원협회의 반발이 문제였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었던 오제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해 3월 28일 위와 같은 내용의 의료분쟁조정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같은 달 31일 복지위에 회부돼 일주일 뒤인 4월 11일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당시 전문위원은 검토의견을 통해 “보고 및 학습 시스템을 통해서 환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고를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타당한 입법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 의원이 발의한 의료분쟁조점법의 당초 가칭은 ‘예강이법’이었다. 의료사고로 숨진 전예강 양(8)의 부모가 현행 의료분쟁조정법 제27조 8항(피신청인의 참여의사 미표시 시 조정신청 각하)에 따른 병원의 거부로 조정제도를 활용할 수 없게 되자, 조정제도의 문턱을 낮추고자 만들어진 법이 오 의원의 개정안이다. 이후 의료과실 추정 사고로 숨진 가수 신해철 씨의 부인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면서 오 의원의 개정안은 ‘신해철법’으로 불리게 됐다.
하지만 이 법안은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되고 13일 현재까지 1년 1개월 동안 단 한 차례도 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제27조 8항을 삭제하고 ‘신청인이 조정을 신청하면 피신청인의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조정절차를 개시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복지위 전문위원 검토보고에 따르면 의협은 법안 발의 초기 “의료분쟁조정제도의 취지는 자율성에 근거한 분쟁해결로서 조정절차 진행을 강제하는 것은 피신청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소송 과정 이전에 거치는 단계를 추가하여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며, 당사자들의 소송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복지위 차원의 논의를 이어오면서 일부 쟁점에 대해서는 여야 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위 관계자는 “사망이나 중상해 시 강제조정이 필요하다는 부분에는 합의가 이뤄졌다”며 “새정치연합에선 강제조정 개시를 반대하는 의원은 없다. 새누리당에서 의료계 출신인 일부 의원이 현행 제도를 좀 더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조정중재원의 조정위원과 감정위원을 구성하는 부분에서는 무과실보상과 관련된 문제가 있는데, 산부인과처럼 특수한 의료기관에선 ‘왜 무과실인데 20%를 부담해야 하느냐’는 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새정치연합은 당 차원에서도 공식기구인 을지로위원회를 통해 의료사고 관련 입법을 추진 중이다.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6일 ‘의료사고 피해 국회 증언대회’를 개최해 의료사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을지로위원회는 추가로 의료사고 사례를 수집·검토한 뒤 관련 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