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가입자 평균소득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 대비 연금으로 지급하는 비율)을 50%로 인상하면 세금폭탄 1702조원’이라는 주장을 내세워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공적연금강화 논의 연계에 적극 반대하고 나서면서, 여권과 야권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청와대와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통과를 위해 노력하고, 국회 규칙에 소득대체율 50%를 넣는 것은 빼고 협상을 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유 원내대표는 “당연히 (새정치민주연합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며 “협상을 해봐야 한다. 앞으로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반면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야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합의한 것은 공적연금강화라는 대전제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는 포기할 수 없는 기준”이라고 정부여당의 요구에 선을 그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 미래를 파괴하고 청와대 홍보수석과 복지부장관을 동원해 통계를 조작하고 허위수치를 제시해서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이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공격하는 행위로 어찌 보면 미래를 처형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린다면 향후 65년간 미래세대가 추가로 져야 할 세금폭탄이 1702조원”이라고 주장하면서 여야를 압박했다.
그는 “세금부담 없이 보험료율을 상향해 소득대체율 50%를 달성하려면 내년 한 해에만 34조5000억원, 국민연금 가입자 1인당 209만원의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면서 “기금이 소진되는 2060년부터는 보험료율을 25.3%까지 올려야 한다. 우리 후손들은 세금을 제외하고도 국민연금 보험료로만 소득의 4분의 1을 내야만 하는 것”이라고 단언하며 국민정서에 호소했다.
그러나 김 수석이 언급한 ‘1702조원’은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릴 경우 가입자들이 추가로 받게 되는 연금수령액으로 연금가입자들이 입게 될 혜택의 규모다. 여기에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가입자들의 보험료로 기금을 조성해 운영하는 것으로 국민세금과 국가재정으로 운영되는 제도가 아니기에 ‘세금폭탄’과도 거리가 있다.
내년 한 해에만 국민연금 가입자 1인당 209만원의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는 주장 역시 2015년 기준 46.5%인 소득대체율을 당장 50%로 인상시킨다는 전제에서 가능하다. 2060년 이후 보험료율을 25.3%까지 올려야한다는 것도 지역가입자의 경우로 직장가입자는 그 절반만 납입하면 된다.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논란을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청와대가 논란을 자초하면서까지 대국민여론전에 나선 것은 국가 재정절감을 위한 공무원연금 개혁은 추진해도 재정지출이 예상되는 공적연금강화는 추진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여론을 악화시켜 여야의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연계논의 접점을 끊으려는 시도로도 보인다. 특히 논평 발표시점을 여야원내대표의 첫 공식회동을 앞두고 잡은 것도 그러한 추측을 뒷받침한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