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동영상 등이 담긴 USB를 돌려주겠다며 불러내 헤어지자는 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남성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이민걸)는 강간 및 강금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26)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의 무죄 판결을 깨고 징역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USB 반환 시점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못하나 USB를 돌려받은 시점에 관한 진술은 이 부분 공소사실과 관련된 사소한 사항에 불과하다"며 "피해자는 강간의 경위에 관해 구체적이고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어 USB 반환 시점에 대한 진술의 비일관성을 근거로 신빙성을 함부로 부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지속적으로 피해자에게 성관계 동영상과 사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연락을 강요한 건 피해자에게 상당한 협박으로 느껴질 수 있다"며 "실제로 피고인은 이 같은 협박을 현실화해 동영상과 피해자의 인적 사항 등을 인터넷에 유포함으로써 20대 초반의 여대생인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 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의 범행은 연인관계였던 피해자와 성관계 동영상 등을 협박의 수단으로 이용해 피해자를 강간 및 감금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2013년 4월 헤어진 여자친구 A싸에게 "한 번만 만나주면 성관계 동영상이 담긴 USB를 돌려주고 깨끗하게 끝내겠다"며 자신의 승용차에서 피해자와 만났다. 이후 피해자가 USB를 돌려달라고 하자 "성관계를 응해주면 USB를 돌려주겠다"는 취지로 협박해 A씨를 강간하고 감금했다.
1심은 "피해자의 진술이 객관적인 전후 사정에 부합하지 않아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하고 감금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신지하 기자(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