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004020)이 빠르게 몸집을 불리면서 국내 철강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내수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던 업계 맏형
포스코(005490)의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반면 2위 현대제철의 시장 점유율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0년 현대제철 고로 1호기가 완성되기 전까지, 1968년부터 42년간 국내 철강시장에서 독주를 해왔던 포스코의 거침없는 행보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23일 포스코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 점유율은 52.7%로 전년 55.2%에 비해 2.5%포인트 하락했다. 이 시기는 현대제철이 급격한 성장을 이룬 시기와도 일치한다. 현대제철은 2013년 9월 당진제철소 3고로 완성에 이어 12월에는 현대하이스코 냉연사업을 합병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동부특수강을 인수하는 등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이 기간 국내 철강기업 대부분이 전방산업 부진으로 인한 수요 감소와 저가 수입재 공세로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현대제철은 침체 상황에서도 매년 큰 폭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모기업인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현대건설 등 ‘범현대가’라는 안정적인 수요처가 있기에 가능했다.
반면 포스코의 범현대家 매출 비중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그동안 포스코가 차지했던 현대·기아차 물량이 현대제철로 옮겨가면서 생긴 현상이다.
지난 2009년 포스코의 범현대가 매출 비중은 현대중공업그룹 4.6%, 현대하이스코 3.1%, 현대기아차그룹 2.9% 등 총 10.6%에 달했지만 지난해는 5.8%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현대제철이 1고로를 완성한 2010년에는 8.0%였던 범현대가 매출 비중은 2011년 9.0%로 소폭 상승 한 뒤 2012년 7.0%, 2013년 6.0%, 2014년 5.8%로 꾸준히 내리막을 기록하고 있다.
올 7월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를 완전 합병하고 11월 당진에 건설 중인 특수강 공장이 시운전을 시작하게 되면 올해 포스코의 범현대가 매출 비중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합병이 완료되면 현대제철은 자산규모 31조원, 매출 20조원, 시가총액 10조원 규모로 확대돼 포스코와 시가총액 및 매출 격차가 그만큼 줄어든다.
아울러 현대하이스코의 해외스틸서비스센터를 통해 현대·기아차 해외 법인에 대한 판매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는 현대제철에서 자동차강판을 생산해 현대하이스코에 넘기면 현대하이스코 해외스틸서비스센터에서 이를 가공해 판매하는 구조였지만, 합병으로 이 같은 과정이 현대제철 내에서 모두 이뤄질 수 있게 됐다.
포스코는 이같은 현대제철의 성장세에 대응해 해외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또 신기술 개발 및 솔루션 마케팅을 통한 고부가 제품 판매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포스코는 올 1분기 처음으로 수출이 내수 판매량을 앞질렀다. 수출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5% 증가한 430만8000톤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내수 판매량은 9.8% 감소한 422만2000톤으로 수출에 비해 8만6000톤이 적었다.
지난해만 해도 내수와 수출의 비중이 5.4:4.6 수준이었지만 올 들어 수출이 내수 비중을 넘어선 것이다.
특히 고부가 제품으로 손꼽히는 자동차강판의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했다. 1분기 자동차강판 해외 판매량은 207만1000톤으로 전년 동기 196만톤 대비 6%가량 증가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철강재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 2월 포스코는 강도가 높고 비중이 낮은 기존 티타늄의 장점은 살리면서 생산원가와 무게를 낮춘 새로운 철강재 개발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