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NEWS1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대타협이 결렬된 이후 정부는 모든 책임을 노동계 탓으로 전가하는 모양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노동계의 양보만을 강요하는 등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고용부와 기재부의 협업은 커녕 엇박자를 내는 모습 등 무능한 대처의 책임은 뒤로 하고 노사정 대타협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노동계로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정치권과 학계에 따르면 이번 노사정 대타협은 정부의 무능한 교섭 능력을 여실히 보여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대타협 실패의 책임을 노동계로 전가하기에 급급한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노동계가 제기한 핵심쟁점과 관련, 정부 방침은 해고를 쉽게 하고 임금을 깎자는 취지가 아님을 수차례 설명했음에도 노동계 내에서 왜곡된 주장이 거듭됐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발언은 '해고요건 명문화'와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되는 취업규칙 변경' 등 2가지 핵심 쟁점에서 대립각을 세운 노동계가 정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아 대타협이 실패했다며 책임을 떠 넘기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타협 의지 있었는지 '의문'
정부의 이같은 모습은 노사정 대타협을 실제로 성공시킬 의지가 있었는지 의구심마저 들게 하고 있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노사정 대타협에서 마지막까지 노사정이 대립각을 세운 대목은 '해고요건 명문화'와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되는 취업규칙 변경'이다.
정부와 재계가 '해고요건 명문화'를 내세운 이유는 근로기준법 23조 1항에 해당하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등을 할 수 없다'는 내용 중 '정당한'이라는 문구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대법원 판례 등을 통해 명문화 하자며 협상을 진행해왔다.
또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되는 취업규칙 변경'은 근로기준법 94조 1항에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노조원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한다는 내용을 완화하자는 내용이다.
반면, 노동계는 '해고요건 명문화'가 되면 소위 회사에서 '찍힌' 근로자가 낮은 성과를 이유로 해고될 수 있는 등 기업의 남용을 우려해 적극 반대했다.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되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의 권한을 무력화시키는 우려가 있어 한국노총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정부는 재계의 의견만 받아들여 노동계를 압박했다.
김유선 한국사회노동연구소 박사는 "당초 정부가 타협을 하려는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노동계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안을 내놨어야 하는데, 5대 불가사항의 내용 중 하나라도 한국노총이 수용하면 조직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정부와 재계는 한 몸이 돼서 '손쉬운 해고'를 제도화하는 2가지 쟁점으로 노동계를 몰아세웠다"며 "이쯤 되면 노동시장 구조개선이 아니라 구조개악이라 할 만 하다"고 비판했다.
◇고용부 '따로' 기재부 '따로'..오해 소지 낳은 정부
정부는 노동계의 '오해' 때문에 대타협이 실패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정작 오해를 만든 장본인은 정부라는 지적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노사정 논의가 시작되는 무렵 정규직 과보호론과 고용유연화를 강조했다. 노동계에서는 최 부총리의 발언중 '고용유연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고용유연화는 즉 '쉬운 해고'를 의미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 노사정 논의에 나선 고용부는 두 가지 쟁점이 "해고를 쉽게 하고 임금을 깎자는 게 아니"라는 내용을 강조했다.
기재부와 고용부가 낸 메시지 사이에 엇박자가 난 셈이다. 이에 한국노총은 두 가지 목소리를 내는 정부의 입장이 오해의 소지를 낳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노총 한 관계자는 "최경환 부총리의 고용유연화 강조 때문에 고용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정부에서 두 목소리를 내는데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의 협상 전략에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노사정 논의 초반에 정부가 너무 노동유연성 문제에 대한 의지를 단호하게 국민들에게 강하게 어필을 했다"며 "초반부터 협상카드를 남발한 것이 문제점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는 노동계가 요구한 전향적인 방안도 내놓지 않고, 급급하게 협상을 진행한 점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면서 "그런 정부가 노동계를 비판하는 것은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