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과속카메라(무인교통 감시장치) 입찰가격을 담합한 업체들이 국가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재판장 이인규)는 국가가 과속카메라 제조업체 엘에스산전 등 6개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에게 67억여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공동으로 입찰의 낙찰자와 투찰가격, 낙찰가격 등을 결정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했다"며 "위법한 담합행위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라며 "원고는 2005년경 피고들의 담합행위를 파악한 지 5년이 경과한 2011년에야 소를 제기했기 때문에 2005년 입찰에 관한 부분의 책임은 물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들의 입찰담합으로 인한 손해액을 총 112억7872만여원 중 2005년 손해액 16억9344만여원을 제외한 95억8528만여원으로 산정했다. 국가가 소 제기 시점을 놓쳐 16억원을 손해본 셈이다.
재판부는 또 "원고는 피고들의 담합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었음에도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았고 입찰의 기초금액에 원가조사나 설계작업, 무상으로 이뤄지는 유지보수 비용 등도 적정하게 반영했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들이 원고에게 배상해야 할 금액을 앞서 인정한 손해액의 70%(67억969만여원)로 결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사진=뉴스토마토DB)
엘에스산전, 비츠로시스, 건아정보기술, 토페스, 르네코, 하이테콤시스템 등 6개사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정부의 무인교통 감시장치 구매입찰에 참여해 낙찰자, 낙찰가격 등을 모의했다.
이들의 담합행위는 들러리 업체를 내세워 조달청이 책정한 기초금액의 98% 이상을 제시하게 하고 낙찰 예정 업체는 기초금액의 97~98% 정도 써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입찰에는 2002년 이후 도입·강화된 기술검사인증제도로 자격을 갖춘 이들 6개사만 참여할 수 있었다.
지난 2011년 3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행위를 이유로 자진신고한 르네코를 제외한 5개 업체들에게 38억2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업체들은 이에 불복해 과징금 취소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3월 대법원 상고심에서 모두 기각됐다.
국가는 지난 2011년 10월 이들 6개사를 상대로 담합행위로 손해를 입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112억8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