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글로벌 상품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유가에 이어 세계 경제와 투자 심리의 바로미터인 구리 가격까지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감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은행(WB)이 세계 경제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상품 시장 충격이 가중됐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짙어지고 있다.
◇블룸버그 원자재 지수 100 하회..구리 가격 5년 반 '최저'
이날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원자재 가격은 가파르게 하락했다. 22개 주요 원자재를 모아놓은 블룸버그 원자재 지수는 이날 99.9516까지 떨어지며 2002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블룸버그 원자재 지수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1.90% 하락했고 최근 6개월 동안은 무려 30%나 내렸다.
◇15일 블룸버그 원자재 지수 추이 (자료=블룸버그)
특히 이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것은 구리 가격 하락이었다. 이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3개월물 구리 가격은 장중 9% 가까이 급락하며 t당 5353.2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9년 7월 이후 최저치다.
구리 가격은 6일 연속 하락하며 저항선이었던 6000선이 붕괴됐을 뿐 아니라 올해 들어 무려 11.3%나 내려갔다. 이는 원자재 중에서 원유와 정제품 다음으로 가파른 하락세다.
또한 알루미늄 가격 역시 1783.75달러를 기록하며 7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고 니켈 가격 역시 장 중에 11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편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59달러(5.6%) 급등한 배럴당 48.48달러를 나타내며 큰 폭의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50%가 넘는 급락세를 연출했던 국제 유가는 올해에만 15% 가까이 하락한 바 있다.
◇WB 세계 경제 성장 전망 하향·공급 과잉 우려가 원인
WB가 세계 경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감에 이날 구리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급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WB는 전날 '글로벌 경제 전망(GEP)'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했다.
이는 작년 6월 전망치 3.4%보다는 하향 조정된 것이다.
WB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유가 하락으로 유럽과 일본의 경제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이 두 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전망치인 1.8%와 1.3%에서 1.1%와 1.2%로 하향 조정했다.
또한 WB는 신흥국들의 성장률이 4.8%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는 앞서 제시했던 5.4%보다 큰 폭으로 낮아진 것이다.
특히 신흥국 중 중국의 경제 성장 전망이 이전 7.5%에서 7.1%로 낮아졌다. 따라서 최대 구리 수요국인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이날 구리 가격에 직격탄을 입힌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중국인민은행(PBOC)이 더이상 구리를 담보로 받지 않겠다고 밝힌 것 역시 구리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에서 구리는 제조업과 건축업 기초 자재일 뿐 아니라 신용이나 대출시장에서는 핵심적인 담보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사기 대출 논란이 커지면서 중국 당국이 이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이 밖에도 공급 과잉 문제 역시 꾸준히 원자재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원유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감으로 유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구리 또한 생산량이 수요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작년 12월 국제구리연구그룹(ICSG)은 올해 구리 생산이 39만톤가량 수요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와 같이 공급 과잉 상태 속에 PBOC가 구리를 담보로 받지 않겠다고 밝힌 후 중국 은행들이 구리를 내다 팔고 있어 공급초과 상태는 지속되고 있다.
◇"원자재 가격 하락 추세 지속된다"..세계 경기 둔화 조짐?
다수의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공급 우위 장세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수요도 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짙어지는 가운데, 세계 경제 엔진 역할을 하는 중국에서 수요가 줄어든다면 구리를 포함한 전반적인 원자재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중국 내에서 제조업과 건축 관련 지표들이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면서 주요 자재로 쓰이는 구리 가격 하락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CRU그룹은 올해 중국의 구리 수요 증가율이 4%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경기가 둔화되면서 글로벌 수요 감소가 감소하며 앞으로도 전반적인 상품 시장 약세를 이끌 것"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원자재 가격 추락이 궁극적으로는 세계 경기 둔화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짙어지고 있다.
안전자산들이 일제히 상승하고 주요국 증시가 하락 추세를 보이는 것 역시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로 이날 국채 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10년물 국채가 강세를 보이며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1.788%까지 떨어져 2013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독일의 10년물 국채 역시 강세를 보여 국채 수익률이 0.429%까지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1% 넘는 하락을 기록했고 뉴욕 증시는 4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라 엡스테인 린그룹 브로커는 "구리 가격 급락은 세계 경제 불안을 나타내 준다"며 "이는 글로벌 경기 둔화의 신호"라고 지적했다.
더그 카스 시브리즈파트너스 전략가 역시 "구리값 하락, 채권 가격 상승, 유가 하락은 모두 세계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