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최근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는 국제 유가가 장 중 50달러선을 내어주며 시장을 충격으로 빠뜨렸다.
공급 우위 장세에 대한 우려감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와 이라크의 원유 재고 증가 소식이 유가를 끌어내렸다. 이와 함께 그리스 사태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 자산 기피 심리 역시 유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급 우위 장세가 이어지는 반면 수요는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얘기도 나오고 있다.
◇WTI, 장 중 배럴당 50달러 붕괴..2009년 4월 이후 최저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2.65달러(5.02%) 하락한 배럴당 50.04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이날 오전장에서 배럴당 49.95달러에 거래되며 50달러 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WTI의 배럴당 가격이 50달러 밑으로 하락한 것은 지난 2009년 4월29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런던 ICE 선물 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2월물 역시 장중 6% 폭락하며 52.66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브렌트유가 55달러 선을 하회한 것은 2008년 5월4일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48% 급락하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 유가는 2015년 초부터 가파른 내림세를 연출하고 있다.
올해 첫주에만 WTI 가격은 현재까지 5.03% 떨어졌고 브렌트 역시 5.87% 주저앉았다.
◇올해 美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추이(자료=investing.com)
◇强달러·공급 우위 장세 지속 전망·그리스 악재가 원인
이날 달러 강세, 공급 우위 장세 지속 전망, 수요 약화 우려감, 그리스 악재 등이 유가를 끌어 내리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먼저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로 거래되는 원유 가격이 하락압력을 받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0.22% 오른 91.585로 9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장 중에는 92.050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공급 우위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유가를 끌어내렸다.
먼저 러시아에서는 석유 생산량이 증가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러시아 에너지부에 따르면, 12월 러시아의 석유 생산량은 하루 1067만 배럴로 구소련 붕괴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석유수출국기구(OPEC) 2위 산유국인 이라크에서도 원유 수출이 증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라크 석유부는 지난해 12월 이라크 원유 수출량이 하루 294만배럴로 30년래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OPEC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대미국, 대유럽 수출 원유 판매가격(OSP)을 인하한다고 발표하면서 유가에 추가 하락 압력을 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 기업인 아람코(ARAMCO)는 2월 중 미국으로 수출할 아랍 라이트의 OSP를 전월보다 배럴당 0.60달러 내렸고 2월 중 유럽으로 수출할 아랍 라이트의 OSP도 전월보다 1.50달러 인하했다.
이와 같이 공급은 넘쳐나고 있지만 수요가 늘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유로존의 경기 둔화 우려감이 짙어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위험이 제시되면서 유럽의 원유 수요는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존 킬더프 어게인캐피탈 파트너는 "공급 우위 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의 생산량 증가 소식은 불난데 부채질하는 격이였다"라며 "그리스 불안감까지 더해지면서 유가는 끊임없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디까지 떨어지나.."20달러까지 간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이와 같은 유가 하락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공급 우위 장세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수요는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보이고 원유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를 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을 단행할 가능성도 거의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일본, 유럽 등 글로벌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리스 악재까지 겹치면서 수요 증가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작년 12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전 세계 1일 평균 석유 수요량을 9330만 배럴로 예상한 바 있다. 이는 11월 전망과 비교했을 때 23만 배럴이나 줄어든 것이다.
유가가 40달러 선으로 추락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유가 전망치를 속속 낮추고 있다.
씨티그룹은 올해 말 브렌트유 전망치를 종전 80달러에서 63달러로 낮췄고 어게인 캐피탈 역시 올해 유가가 배럴당 33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애덤 롱슨 모건스탠리 전략가는 "원유 가격 반등을 위한 펀더멘털 개선을 가까운 시기에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원유 가격이 배럴당 20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 투자 전문 매체인 마켓워치에 따르면 스태펀 쇼크 원자재 시장 투자 전문지 쇼크리포트편집인은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추락할 것으로 보고 이에 베팅하는 외가격(OTM) 풋옵션 매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크 위트너 소시에테제네랄 리서치 이사 역시 "올해 상반기까지 펀더멘털 측면에서 유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그리스 사태로 투자 심리가 냉각되면서 유가 전망에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