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크리스마스 여운이 아직 남아있는 26일 이른바 'LG전자 임원들의 삼성세탁기 손괴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서울과 창원에 근무하는 LG 전자 소속 일부 직원들에 대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했습니다.
즉각 LG전자는 물론 재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분석과 함께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터져나왔습니다.
고소인 입장에 있는 삼성전자 조차도 "검찰까지 조금 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며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압수수색, 그리고 해명
그런데 이날 오후 1시40분쯤 검찰 고위 관계자가 저희 뉴스토마토 법조팀 출입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내용인즉, 다음 기사내용에 대한 해명입니다.
(전문생략) 재계에서는 세탁기 파문으로 출국금지에 이어 본사 압수수색까지 진행되면서 검찰의 과한 반응이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 조사에 불응한 괘씸죄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사안이 중대해서라기보다 괘씸죄로 인한 압수수색으로 보인다"며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후략)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 등 주요 처분이 내려지면 검찰도 그 반응을 모니터링 합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세세한 배경 설명을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무슨 사정이 있었을까요?
오늘 <검찰인사이드>에서는 검찰 고위 관계자와 뉴스토마토 법조팀의 전화통화 내용을 그대로 짚어가며 검찰의 살펴보겠습니다. 검찰 관계자가 밝힌 LG전자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의 배경은 이렇습니다.
▶"조성진 LG전자 사장 조사, 잘 안 되고 있다"
"뉴스토마토가 오늘 LG 압수수색 관련해서 기사를 썼는데 '괘씸죄' 이런 얘기가 있어서 설명을 하려고 한다. 출석에 불응한 것에 대해 검찰이 괘씸죄로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 압수수색한 것처럼 썼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고 이 사건이 (LG전자가 삼성전자의)세탁기를 손괴한 것 뿐 아니라 그 이후 (LG전자가)해명하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설명을 해서 삼성이 명예훼손 내지 업무방해를 당했다. 이런 부분도 (고소장에)들어있다. 그런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이 어떻게, 무슨 경위로 그런 해명을 했는지 내부적 상황을 확인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진술만으로는 당장 진술이 엇갈릴 뿐만 아니라 조사도 안 되고, 조성진 사장에 대한 조사도 잘 안 되고 있다. 결국 압수수색을 할 상황에서 결국 실시하게 된 것이지 사람이 안 나온다고 우리가 무슨…"
검찰 관계자의 말을 요약하면 ▲LG전자 관계자들의 사건에 대한 해명이 엇갈리고 있다. ▲그 해명들이 사실과 다르다. ▲해명 부분이 삼성에 대한 업무방해와 관계가 있다. ▲조성진 사장에 대한 조사가 원활하지 않다. ▲때문에 수사절차상 압수수색에 나섰다. ▲조 사장이 출석에 불응하고 있기 때문에 '괘씸죄'를 적용한 것이 아니다.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검찰까지 좀 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힌 삼성전자 관계자의 발언에 대해서도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그대로 옮겨봅니다.
▶"기업활동 힘들게 할 이유 없어"
"과도한 조치라고 되어 있는데 LG본사 전체에 대해 압수수색 한 것도 아니고 창원 공장 전체 한 것도 아니다. 몇몇 직원 노트북이나 핸드폰, 이메일 등을 확인하려고 한 것이 언론에 보도되어서 그렇지. 이게 무슨 (LG)그룹 전체의 사업을 방해한다든지 영향을 줄 정도의 그런 것이 아니지 않나. 원칙적으로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고. 절대로 기업의 정상적 영업활동을 우리가 힘들게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검찰 관계자는 이어 "조 전 사장 집무실은 이번 압수수색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밑에서 움직인 직원들. 서울 본사와 창원 일부 직원들의 개인 사무실이 대상"이라고 밝혀 이번 압수수색이 조 전 사장의 소환 불응에 대한 '괘씸죄'의 응징 차원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LG전자를 비롯한 재계에서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이어지자 검찰은 이날 오후 6시가 넘어 아예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뉴스토마토 법조팀과의 전화 통화를 통한 해명과 같은 내용입니다만 다소 정제된 표현을 썼습니다. 그러나 강경한 입장을 본격적으로 내비쳤습니다. 이하는 보도자료 중 관련 내용입니다.
"이번 압수수색은 대부분의 LG측 관련자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이 처럼 핵심관련자가 근 한달여 동안 수회에 걸친 검찰의 출석요구에 불응하는 가운데, 우선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의 혐의를 가릴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수사상 필요한 최소한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실시하게 된 것임. 앞으로도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고 범법사실이 확인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철저하게 수사해 나갈 계획이라는 점을 말씀드림."
▶'긴밀히' 움직이던 수사..수면 위로
일단 이번 압수수색과 재계의 반응, 그 후속으로 검찰이 발표한 내용을 종합하면 석달간 '긴밀히' 움직이던 이번 사건은 이제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최소한 조 사장을 비롯한 LG전자 관계자들이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동안 검찰 내부에서도 LG전자 측의 조사에 대한 태도를 못마땅하게 보는 시선이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삼성전자나 LG전자 모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업이고 국제행사에서 우리나라 경쟁사끼리 '세탁기를 부순', 양 사의 분쟁 자체 또한 그다지 점잖은 모양새가 아닙니다. 국제적으로도 망신인데, 상대적으로 다 드러내놓고 고주알미주알 따질만한 성격의 사건도 아닙니다. 어찌 보면 검찰은 이런 특성을 감안한 것으로도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던 차에 이번 압수수색과 재개의 반응은 오히려 검찰의 부담을 덜어준 셈입니다. 실제로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서 당장 다음 달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5'에 조 사장이 참석하게 될지는 더욱 불투명하게 됐습니다. 여론도 조사에 불응하고 있는 LG전자 측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벌집'을 건드린 것은 검찰이 아니라 LG전자인 셈입니다.
짚어봐야 할 문제는 또 있습니다. 바로 검찰이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 배경을 놓고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해명에 나섰다는 점입니다. 정치권으로 시선을 옮겨 봅니다.
▶정계에서 불어오는 '기업인 가석방' 온풍
연말로 접어들면서 정부를 비롯한 정계에서는 '기업인 가석방 허용' 문제가 핫이슈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요건을 갖춘 기업인에게는 평등한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이석현 국회부의장도 "법정요건에 맞다면 법무부의 기업인 가석방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정계와 재계에서는 벌써부터 SK그룹 최태원·최재원 형제, LIG넥스원 부회장 등 구체적인 대상자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기업인 가석방 허용'의 필요성을 청와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같은 내용을 청와대에 곧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와대에서는 "가석방 문제는 법무부장관의 권한"이라며 한 발 물러서 있습니다. 그러나 최종 결재권자는 대통령입니다. 이렇게 밥상이 차려져 올라왔으니 박근혜 대통령은 숟가락만 올리면 되는 상황입니다. 박 대통령이 "특혜는 없다"고 대선 때부터 공언했지만 경제적인 상황이 그렇다지 않습니까 상황이.
어쨌든 기업인들의 범죄 행위에 대한 '온정'의 기류가 조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마당에 또 다른 기업 형사사건이 불거지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좋은 모양새는 아닙니다.
검찰로서는 더더욱 '괘씸죄'를 적용해 기업을 괴롭힌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부담입니다. '눈치가 없다'는 핀잔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검찰의 이번 '이례적인 해명'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기업의 싸움입니다. 불필요하게 어느 한쪽 편을 든다는 인상을 줘서도 안 되겠지요. '검찰의 이례적인 해명'에는 이런 배경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LG로서도 불필요하게 오해를 받을만한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가까스로 조성된 '온정'의 기류에 어설피 올라탔다가는 '된서리'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정계나 재계에서도 역시 '다 된 밥에 재뿌렸다'며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