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혹의 중심에 선 정윤회(59)씨가 10일 뜨거운 관심 속에 검찰에 출두했다.
그는 '박지만 미행설'을 보도한 시사저널 고소건과 산케이신문 지국장의 명예훼손 사건으로 지난 8월 참고인 조사를 받은 적은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비공개로 출석했다. 수십대의 카메라 플레시를 한 몸에 받으며 검찰에 공개 출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검은색 긴 코트에 뿔테 안경, 푸른색 넥타이를 착용한 그의 모습은 그동안 몇몇 언론에 비춰진 과거 사진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었다. 이날 현장에 있던 기자들 사이에서는 "사진보다 단정하고 차분해 보인다"는 말이 오갔다.
그를 실제로 만난 적이 있다던 한 법조계 인사는 "실제 모습은 사진과 달라서 옆에 지나가도 못 알아볼 것"이라고 말할 만큼 그의 모습은 베일에 싸여있었다.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불상사에 대비해 그는 검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기도 했다. 검찰수사관 두 명은 양 옆에서 그를 청사 안으로 인도했고, 나머지 수명은 취재진 사이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그가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간 뒤 정씨의 모습을 충분히 담지 못한 카메라 기자들 사이에 고함이 오갔다. 이날 모여든 취재진은 줄잡아 150여명이었다.
검찰은 정씨에 대해 다른 참고인들과 달리 직원들만 사용가능 한 엘레베이터가 있는 통로를 통해 형사1부가 있는 4층으로 올라가도록 했다. 또 검찰은 이례적으로 서울중앙지검 청사 몇개 층에 대한 출입금지를 이날 통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나친 취재 때문에 해당 층에서 조사받는 사람들이 피해 받는 일이 생겨 취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기자들 사이에서는 '시기가 공교롭다'며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씨의 목소리는 2m 떨어진 곳에서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지만, 말투는 단호했다.
그는 풍문과 의혹이 청와대 문건으로 담기게 된 현 상황을 불길에 비유했다.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첫 질문에 "이런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또 그 불장난에 춤춘 사람들이 누구인지 다 밝혀지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인사개입 등 국정 운영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씀드렸다"고 부인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연락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잠시 침묵했다가 "없다"고 답했다.
정씨는 이날 변호인을 통해 자신을 고발한 새정치민주연합을 무고죄로 고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씨의 이날 발언 중 '불길', '불장난'이라는 표현은 단연 귀에 띄였다. 그가 조사실로 들어간 뒤 의미를 묻자 그의 변호인으로 함께 나온 이경재 변호사는 "불을 잘못 지르면 큰 일이 난다, 집을 태우고 대궐을 태우고 나라를 태우고…"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의 설명 역시 추상적이었지만 정씨는 '결백하다'는 주장 외에 또다른 폭발력 있는 사실을 품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또 "정씨가 의혹은 의혹대로 남겠지만 국가 공문서에 나는 이런 나쁜놈이 아니라는 것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 공적인 역사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말을 했다"고도 전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박근혜 대통령, 십상시(十常侍)의 지휘자라는 이런 의혹이 어떻게 해결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정씨의 이날 발언과 이 변호사의 말을 종합하면 정씨 역시 이날 검찰 출석 전 단단히 작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분위기는 검찰 출석 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말한 "진돗개가 되겠다"는 발언과도 연결된다.
그는 이날 세계일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고소인이자, 문건의 진실규명을 위한 참고인, 또 새정치민주연합으로부터 고발당한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또 문건 작성의 배후로 민정수석실을 지목한 것에 대해서도 이날 검찰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내용이 많아 조사가 자정은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 동향' 문건 속 당사자이자 '국정 개입' 논란의 핵심 인물인 정윤회 씨가 10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