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이전의 춘향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면 내가 연출할 이유는 없다.”
혁신과 파격의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이 창극 <춘향가>을 재해석해 무대에 올린다. 기존의 <춘향가>와는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이는 이 공연은 <다른 춘향>이라는 이름으로 오는 20일부터 12월 6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국립창극단의 ‘세계거장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이다. ‘세계거장시리즈’는 세계적인 연출가와 함께 판소리 5바탕을 창극으로 만들어 창극의 세계화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취지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이 시리즈는 이미 지난 2011년 독일의 저명한 오페라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의 <수궁가>로 순조로운 첫 출발을 알린 바 있다.
무엇보다도 <다른 춘향>은 국내에서도 명성이 높은 안드레이 서반의 새로운 도전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서반은 지난 1997년 연극 <트로이의 여인들>, 그리고 2013년 연극 <크라이스 앤 위스퍼스>로 국내 평단과 관객 모두로부터 호평을 이끌어냈다.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사진제공=국립창극단)
매번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이 거장은 현재 협력연출가인 다니엘라 디마, 무대와 의상 디자인을 맡은 앙카 루페스, 안무가 안은미 등과 함께 어제의 춘향을 참고해 오늘의 춘향을 창조하는 중이다.
공연을 앞두고 5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량한복을 입고 나타난 안드레이 서반은 “작품을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 “다른 문화에서 온 사람으로서 한국인에게 깊이 뿌리박힌 이 이야기를 한다는 게 조금은 위축되기도 했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안은미 안무가와 배우들의 적극적인 도움 덕분에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아울러 이번 프로덕션의 가장 중요한 점으로 서반은 “창극의 스타일이 구식이 아니고 오늘날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에게 공감과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라며 “브로드웨이쇼처럼 전석 매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업적으로도 성공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자리에 함께 한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먼저 안드레이 서반과 '세계거장시리즈'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소개했다. 김 감독에 따르면 2011년 뉴욕에 가서 처음에 만났을 때 자신은 <흥보가>을 제안했으나 안드레이 서반은 판소리 다섯 바탕을 모두 보고 나서 <춘향가>을 골랐다.
김 감독은 “안드레이 서반은 <춘향가>에 세계인에게 가장 보편적인 주제들이 담겨 있다고 봤다”면서 “그동안 오리지널 창극 춘향도 보고, 안은미의 무용도 본 안드레이 서반이 현재 아무도 알지 못한 춘향을 만들고 있다. ‘우리 춘향이 이런 식으로 다르게 표현될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매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래 남하고 일을 잘 안한다”는 안은미 안무가는 이례적으로 거장의 요청에 따라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국립창극단의 취지에 공감하고 돕고 싶어 참여했다는 안은미 안무가는 “외국과의 교류에서 윈윈게임이 되어야 하는데, 사실 우리나라는 문물을 여는 면에서 좀 폐쇄적인 편”이라며 “이런 일련의 작업을 통해 국립창극단이 좀더 많은 외국 작가들과 만나고, 셰익스피어의 <햄릿>처럼 우리 창극도 전세계 디렉터들이 만지는 프로젝트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사진제공=국립창극단)
<다른 춘향>의 무대는 간결하고 현대적으로 꾸며진다. 모래, 물, 불(미정) 등의 자연적인 요소가 차가운 철골구조의 인공물과 대비를 이룰 예정이다. 다양한 영상 활용은 공연 내내 무대 뒤 스크린에 투사되는데 영상 속은 전통, 무대 위는 현실을 상징하며 관객의 시선 확장을 돕는다.
춘향 역에는 2013년 국립창극단 입단 동기들인 민은경·정은혜·이소연이 트리플 캐스팅 됐다. 이 밖에 몽룡은 이광복·김준수, 월매는 김금미·박애리, 방자는 유수정·조유아, 변학도는 김학용·최용석이 각각 더블로 맡는다. 티켓가격은 R석 5만원, S석 3만5000원, A석 2만원(문의 02-2280-4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