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벌써 나의 삶을 다 살았고 이제는 어느 토요일 저녁의 따뜻한 공기 속에서 떠돌고 있는 유령에 불과했다. 무엇 때문에 이미 끊어진 관계들을 다시 맺고 오래전부터 막혀버린 통로를 찾으려 애쓴단 말인가?"
"내가 하위드 드 뤼즈였다면 나는 나의 삶을 통하여 어떤 독창성을 발휘한 것임이 틀림없었다. 왜냐하면 그보다 더 명예롭고 더 매력적인 수많은 직업들 가운데서 '존 길버트의 절친한 친구'가 되기를 선택했으니까 말이다."
"나는 그 아래 뉴욕 가를 따라 자동차들이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삶이 계속되고 있다는 유일한 표시였다."
"지나가면서 기껏해야 쉬 지워져버리는 연기밖에 남기지 못하는 그 사람들. 위트와 나는 종종 흔적마저 사라져버린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곤 했었다. 그들은 어느 날 무로부터 문득 나타났다가 반짝 빛을 발한 다음 다시 무로 돌아가 버린다. 미의 여왕들, 멋쟁이 바람둥이들, 나비들. 그들 대부분은 심지어 살아 있는 동안에도 결코 단단해지지 못할 수증기만큼의 밀도조차 지니지 못했다."
"위트는 '해변의 사나이'라고 불리는 한 인간을 나에게 그 예로 들어 보이곤 했다. 그 남자는 사십 년 동안이나 바닷가나 수영장 가에서 여름 피서객들과 할일 없는 부자들과 한담을 나누며 보냈다. 수천수만 장의 바캉스 사진들 뒤쪽 한구석에 서서 그는 즐거워하는 사람들 그룹 저 너머에 수영복을 입은 채 찍혀 있지만 아무도 그의 이름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며 왜 그가 그곳에 찍혀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아무도 그가 어느 날 문득 사진들 속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나는 위트에게 감히 그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 해변의 사나이는 바로 나라고 생각했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두 해변의 사나이들이며 모래는 우리들 발자국을 기껏해야 몇 초 동안밖에 간직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나는 한 번도 그 페드로 맥케부아였던 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었다. 그러나 그 파동들이 때로는 먼 곳에서 때로는 더 세게 나를 뚫고 지나갔었다. 그러다 차츰차츰 허공을 떠돌고 있던 그 모든 메아리들이 결정체를 이룬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나였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라고 한 당신의 말은 옳았습니다."
"매일 혹은 하루 오후에만도 여러 번, 여남은 마리의 말들이 마장을 따라 질주하며 장애물에 부딪히며 거꾸러지곤 했다. 그리고 그 장애물들을 넘어선 말들은 아직 몇 달 동안 더 보이지만 그것들도 다른 말들과 함께 사라져버릴 것이다. 그때마다 다른 말들과 교체해야 할 새로운 말들이 끊임없이 필요해진다. 그리고 매번 똑같은 정열이 마침내는 부서져 버리고 만다. 그런 광경이 우리 마음속에 자아내는 것은 우수와 실망뿐이며…"
"한 어린 소녀가 황혼녘에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해변에서 돌아온다. 그 아이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 계속해서 더 놀고 싶었기 때문에 울고 있다. 그 소녀는 멀어져간다. 그녀는 벌써 길모퉁이를 돌아갔다. 그런데 우리들의 삶 또한 그 어린아이의 슬픔과 마찬가지로 저녁 속으로 빨리 지워져 버리는 것은 아닐까?"
<그 녀석 슈라에겐 별별 일이 다있었지>, <신원 미상 여자>, <혈통>, <도라 브루더>, <아득한 기억의 저편>, <한밤의 사고> 등 |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