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최근 며칠간 뜨거운 행보를 보인 중국 증시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작년 8월 이후 가장 긴 랠리를 펼쳤기 때문이다.
30일 중국 증시의 상승세는 잠시 중단됐지만 시장에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그간 글로벌 증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받았던 중국 증시의 새로운 매수 기회가 될 것이란 의견과 단기 과열로 조정을 맞을 것이란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작년 8월 이후 최장 랠리..연저점대비 9.6% 상승
지난 29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5.24포인트(0.24%) 오른 2183.19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22일 시작된 랠리는 이날로 엿새째를 맞았고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긴 상승세로 기록됐다.
주가는 2180포인트를 돌파하며 연고점을 재차 경신했다. 지난 1월 말의 연저점과 비교해 9.6% 상승한 것이다. 월간 기준으로는 이달에만 6.6% 급등했다. 지난 2012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다만 2009년의 고점보다는 여전히 36%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중국 증시 변동 추이(자료=invesitng.com)
아르누 뱅 린 로베코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에서는 점차 중국 경제가 붕괴할 것이란 전망을 버리고 있다"며 최근의 흐름을 진단했다.
증시가 1년여만에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거래량 증가도 눈에 띈다. 이날 기준으로 상하이종합지수의 거래량은 최근 30일 평균치보다 85%나 늘었다.
HSBC와 EPFR에 따르면 뮤추얼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중국 주식은 사상 최대 수준이고 중국 주식형 펀드의 자금 흐름은 네 달 연속 순유출 양상을 보이다 지난 6월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이달의 순유입 규모는 4억7010억달러다.
하오홍 보콤인터내셔널홀딩스 투자전략가는 "거래량이 증가하는 것은 중국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경기 낙관론 속 저평가 매력 부각
중국 증시의 상승을 견인한 것은 경제 전망에 대한 기대감이다. 올해 초만해도 중국 증시는 성장 둔화 우려에 부진한 흐름을 면치 못했다. 지난 3월 채권 시장에서 사상 첫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발생한 것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데 일조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 반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성장 둔화를 막기 위해 미니부양책이라 불리는 일련의 정책 지원에 나선 것이다. 부양책의 효과가 점차 실물경제에 반영되며 지표도 점차 개선됐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7.5%로 시장의 예상을 소폭 상회하며 선방했고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수출과 제조업에서도 회복의 조짐이 포착됐다.
지난 6월 중국의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7.2% 증가하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고 7월의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는 52로 18개월만의 최고치에 도달했다.
중국 증시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 것은 필연적인 결과다. 현재 상하이종합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배다. 작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미국 S&P500 지수(16.6배)의 절반에 불과하다.
특히 은행·부동산·국영기업을 중심으로 한 매수세가 돋보였다. 최근의 상승세를 감안해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배에 그친 은행주는 시장의 러브콜을 받기 충분했고,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차이나반케는 연초대비 24% 점프하기도 했다.
상하이 증시와 홍콩증시 거래 연동 계획도 증시 상승을 부채질했다. 중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오는 10월13일 상하이와 홍콩 증시의 거래 연계 시스템인 '후강퉁'이 출범한다. 현재 1차 참여 증권사들의 명단이 대략적으로 확정된 가운데 세부 규정들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하이둥 터본증권 애널리스트는 "조만간 상하이와 홍콩 증시가 연동될 것으로 기대되며 대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은행주와 같은 저평가 업종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지난·항저우 등 일부 대도시의 주택구매제한 완화도 호재였다. 부동산 시장이 중국 내 40여개 산업과 직간접적 연관이 있는 만큼 시장 부양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랠리 지속된다" vs "단기 과열로 조정 올 것"
중국 증시는 어렵게 얻은 기회를 잘 살릴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날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했던 중국 증시의 모습도 혼란한 투자자들의 심리를 대변하는 듯 하다.
중국 경제가 고비를 넘겼다는 판단에 당분간은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낙관론이 한 축이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구애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저평가 매력이 이를 견인하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뒤를 받쳐줄 것이란 분석이다.
가이 스티어 소시에떼제네랄 아시아지역 리서치 담당자도 "당국의 부양책과 지표 호조가 증시의 상승세를 유인할 것"이라며 "기업의 밸류에이션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데럴 구피 구피트레이더스닷컴 운영자는 "지금의 분위기로라면 중국 증시는 최대 2340포인트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반면 증시의 단기 과열을 논하며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 29일을 기준으로 상하이증시의 14일 상대강도지수(RSI)는 70을 기록했다. 2009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14일 RSI는 보통 70 이상이면 과열을, 30 이하는 침체를 의미한다.
하오홍 애널리스트는 "증시 조정의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라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가격에 충분히 반영이 됐다"고 지적했다. 조정을 면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추가 동력이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폴 챈 인베스코 아시아지역 CIO는 "중국 경제의 성장세와 주당순이익(EPS)이 기타 아태지역의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중국 증시에 대한 투자 의견을 4년만에 하향 조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증시가 최고 호황을 누렸던 2007년처럼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랠리 지속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진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