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극심한 경기침체속에 취약계층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한 역대 최대규모의 민생안정 지원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과연 침체된 실물경제를 얼마나 회생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와 지원대상에 대한 명확한 구분의 어려움, 졸속행정이 아니냐는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정부는 서민생활안정과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총 6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마련해 민간에 투입한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당정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30조원의 추경예산중 경기부양 예산 18조원의 30%에 육박하는 규모다.
서민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실직·퇴직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120만가구에게 한시적 생계 구호, 희망근로 프로젝트, 자산담보부 융자 등을 통해 총 5조2300억원 규모의 현금과 전통시장상품권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서민대책은 탁상공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 전통시장상품권..고육지책인가
전통시장에서만 사용되는 상품권의 활용방안에 대해서도 아직 협의가 진행중이고 지원을 받는 대상의 선정기준도 불분명하다.
지난 12일 정부 통합브리핑에서 이용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전통시장 상품권을 현금화하는 일명 '깡'에 대한 대응방안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는 5월 시행에 맞춰 지방자치단체와 보건복지가족부,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거쳐 변형할 수 있으며 상품권 사용을 등록한 상인에 대해서만 현금교환이 가능한 보완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이 아닌 동네 소매가게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구멍가게 등을 포함시킬지의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아직 제대로된 활용 플랜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전통시장활성화에만 집착한 나머지 실제 경기부양에 영향이 큰 공산품과 서비스산업에 대한 적용은 검토조차 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은 "전통시장으로 대변되는 취약계층에서 느끼는 경기불안이 더욱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중점을 둔 고육지책(苦肉之策)에 불과하다"며 "과거 일본, 대만 등의 유사한 지원방안 사례를 보면 이러한 상품권이 큰 소비진작을 일으키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 취약계층에 공평한 지원될까
생계지원 대상을 선발하는 과정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번 대책에서 맞춤형 생계지원을 받는 지원대상은 최저생계비 이하 소득자와 근로무능력자와 근로능력자 등으로 구분돼 있지만 적용프로그램별로 구분이 모호하다.
따라서 중복 수령하거나 일부 조건에 따라 받지 못하는 계층이 생기는 등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최저 생계비가 120% 이하인 사람들 중에서 근로를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한시 생계구호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근로가 가능한 사람에게는 희망근로 프로그램을 적용한다는 것인데 이를 구분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시적 생계구호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가 아닌 가구소득이 최저생계비(4인기준 월 133만원)이하인 경우 가구당 12만~36만원까지 차등 지급하지만 가구 구성원 모두 근로능력이 없어야 적용이 된다.
희망근로 프로젝트는 차상위 이하 소득자(4인기준 월 최저생계비의 120%인 159만원)이고 기초생보자중 비수급자인 경우에 적용된다.
정부는 이처럼 최저생계비 이하 소득자나 120%이하 소득자에 대한 기준을 확정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장의 판단에 맡기기로 해 지방자치단체별로 서로 다른 기준으로 집행할 수 있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 졸속·인기주의 방안 vs.최상의 선택
희망근로 프로젝트의 대상 규모도 이날 저녁 갑작스럽게 변경되는 등 졸속행정, 조삼모사(朝三暮四)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에 86만명이라고 발표된 희망근로 대상인원은 같은 날 저녁 총 수혜인원이 절반가량 줄어든 40만명으로 급감했다. 유사이래 최대의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민생안정대책의 설득력은 줄어든 숫자만큼 뚝 떨어졌다.
부성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이번 방안은 당정이 30조원에 달하는 수퍼추경을 내세워 민생안정과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라며 "구체적인 예산의 사용처가 불분명한 민생안정은 임시적이고 인기 영합주의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6조원의 지원방안이 분명한 근거와 분야별 구체적 내용이 뒷받침됐다면 보다 나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부 부대변인은 "6개월간의 한시적 공공근로지원이 끝모를 경기침체에 얼마만큼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냐"며 "이번 대책과 함께 비정규직을 연장하려는 정부의 이율배반적인 의도는 충분히 의심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입안자인 재정부 내부에서는 이번 대책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지방경제 살리기를 위해 재래시장 상품권은 내수활성화를 위해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는 것이 내부의 평가다.
재정부 한 간부는 "과장급 이상이 모여 현금지급이냐, 쿠폰지급이냐를 놓고 심도 있게 논의한 결과"라며 "지방경제 살리기 측면도 고려한 뛰어난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김한기 경제실천연합 국장은 "이전 정부의 정책들도 취지는 좋았지만 정책설계의 미흡으로 집행과정상 문제가 나타났다"며 "현재 극빈층 등 취약계층을 위한 현물지원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보다 면밀하고 정확히 정책을 설계하지 않으면 집행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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