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다음중 가장 떼먹기 좋은 돈은 무엇일까.
①친구 돈 ②부모 돈 ③회사 돈 ④나라 돈
저자는 "나라 돈은 주인이 없기 때문에 떼먹기 좋다"며 거침없이 ④번을 선택한다.
<덫에 걸린 한국 경제>는 이같은 물음으로 그간 경제정책 실패의 한 단면을 꼬집는다.
정책실패 또는 정부실패를 비판하는 서적은 대부분 대학교수, 경제평론가 등 정권이나 관료집단과 거리를 둔 제3자 입장에서 쓰여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의 저자는 33년 공직생활을 거치며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마지막 경제팀을 이끈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관료의 옷을 벗은 지 얼마 안된 저자의 지적은 솔깃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재직 시절 수행한 정책에 대해 의문을 자아내게 하는 구석도 있다.
30년이 넘는 공직생활 동안의 수많은 정책의 '반성문'이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회고록'일까. 어쩌면 관료로써 풀어놓은 '덫'인 경제정책의 속사정을 털어놓으며 책의 첫머리가 시작된다.
선(善)한 의도를 가지고 계획한 정책이 결과적으로는 악(惡)의 결과를 보였던 사례를 과감히 나열한다. 즉 무상정책으로 모럴해저드를 초래한 사례다.
먼저 2011년 구제역 파동을 예로 든다.
당시 350만여 두의 가축이 매몰돼 보상급 지급액만 1조8000억 원, 방역비 등 기타 비용까지 포함하면 국민 세금이 2조원 넘게 들어갔다. 하지만 구제역 때문에 피해를 입은 농가가 그렇지 않은 농가보다 더욱 큰 이익을 얻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죽거나 매몰된 가축에 대해 시가로 100% 보상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또 건강보험이 정부지원 확대에 힘입어 만성적인 적자를 벗어났던 2003년. 이에 탄력받아2006년부터 시행됐던 '6세이하 어린이 입원비 무료정책'에 대한 이야기도 털어놓는다. 한 실무자로 부터 이같은 하소연을 듣게 된다.
"지금 병실은 어린이 환자로 가득차있고 완쾌됐으니 퇴원하라고 해도 안 나간다"
아니나 다를까. 2006년 어린이 환자 내역을 보면 외래환자는 2.1% 증가했지만 입원환자는 무려 41%나 증가한다. 결국 다시 보험수지는 적자로 돌아선다.
사실 저자 또한 이같은 정책 설계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비판의 화살은 피할 수 없다. 이 책을 읽는 누군가의 입에서는 “현직에 있을 때 뭐 했느냐”는 말도 나올 법하다.
저자도 “나 또한 정책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모든 게 내 부족이고 한계”라고 반성한다.
그러면서도 “물론 내가 말하고 제시한 내용이 틀릴 수도 있지만 이 계기로 우리 미래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해지고 사회가 발전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책 제목에서 보다시피 한국경제는 '덫'에 걸린 하나의 미끼로 표현된다.
저자가 제시한 '덫'에는 여러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의도하지 않게 외부에서 비롯되는 위기와 내부에서 발생하는 걸림돌 등.
돌이켜보면 1970년 이후 고속성장의 파노라마 가운데 위기가 없었던 적은 없었다. 석유파동이 그랬고 외환위기, 불과 5년전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았다.
저자는 <덫에 걸린 한국경제>를 통해 외부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보다 우리들 스스로 놓은 '덫'을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포한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의 위험성을 탓하기 보다 앞으로 맞이하게 될 3만·4만달러 시대에 맞는 지력을 갖춘 국민 그리고 관료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