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닥터 이방인'의 주연을 맡은 배우 이종석이 29일 오후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사진=정해욱 기자)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29일 오후 서울 목동 SBS에서 SBS 새 월화극 ‘닥터 이방인’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배우 이종석은 이 작품을 통해 지난해 8월 종영한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후 약 9개월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닥터 이방인’은 천재 탈북 의사가 한국 최고의 병원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이종석을 비롯해 박해진, 진세연, 강소라 등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올해로 스물 다섯이 된 이종석에겐 이 드라마가 배우 인생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데뷔 5년차를 맞은 이종석이 배우로서 한 단계 올라서기 위해 몇 가지 숙제들을 풀어내야만 하는 시점이기 때문. 일각에선 이종석이 이 숙제들을 잘 풀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 부호를 붙이기도 한다. 이 의문들에 대한 이종석의 답을 들어봤다.
◇교복 벗을 수 있을까?
이종석의 대표작은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과 ‘너의 목소리가 들려’다. 두 작품 사이엔 공통점이 있다. 이종석이 학생 역할을 맡아 교복을 입고 등장했다는 점. 지난해 초 종영한 KBS 드라마 ‘학교2013’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종석은 지난 1월 개봉한 영화 ‘피끓는 청춘’에서도 교복을 입었다. 뽀얀 얼굴과 여리여리한 인상이 교복과 잘 어울린다. 여기에 반항아 이미지까지 있어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학생 역할을 소화하기에 제격이다.
하지만 20대 중반이 된 이종석이 언제까지나 교복을 입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종석은 ‘닥터 이방인’에서 교복을 벗게 됐다. 이번엔 천재 흉부외과의 박훈 역할을 맡아 의사 가운을 입는다. 이종석으로선 이번 드라마를 통해 성숙한 연기자로서의 확실한 변신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종석은 "이번 드라마에서 연기하는 캐릭터가 사건에 따라 변화가 많다. 그래서 변화를 주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며 "어떻게 하면 다른 모습으로 보일 수 있을까 생각을 해서 헤어스타일을 계속 바꿔봤다. 또 연기적으로도 다르게 보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극 중 북한말을 써야 하는데 '코리아'라는 영화에서 이미 북한말을 쓰는 역할을 한번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때 도움을 줬던 북한말 선생님이 이번에도 도움을 주셨다. 수술신의 경우엔 수술 참관도 하고 동영상도 많이 찾아보면서 준비를 했다"며 연기 변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 "지금까지 다른 작품에서 보여드렸던 것이 소년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남자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잘 될 지는 방송을 봐야 알 거 같다"고 덧붙였다.
◇흥행 배우 될 수 있을까?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이종석은 가장 각광받는 청춘 스타로 떠올랐다. 광고계와 드라마, 영화계에서의 러브콜이 쏟아졌다. 이종석은 현재 20대 배우 중 가장 많은 여성팬을 확보하고 있는 스타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이종석에게 ‘흥행 배우’라는 타이틀을 붙이긴 쉽지 않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후 출연했던 영화들이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리진 못햇다. ‘관상’이 9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모았지만 이종석의 비중이 크진 않았고, ‘노브레싱’은 약 45만, ‘피 끓는 청춘’은 약 167만의 관객을 동원했다.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오는 이종석으로선 흥행이 절실하다.
이종석은 "제 나이에 맞는 의사 역할은 사실 인턴과 레지던트인데 처음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 수술하는 집도의로서의 의사 역할이라서 굉장히 욕심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촬영 중에 잠이 안 와서 호텔방에서 이 드라마의 대본을 봤다. 1회만 보고 자려고 했는데 2회까지 쭉 봤다. 굉장히 새로운 느낌의 메디컬 드라마이고, '닥터 이방인'이란 제목 자체에 메시지가 있어 강한 끌림이 있었다. 다른 메디컬 드라마와는 다른 느낌일 것이다. 기대하셔도 될 것 같다"며 드라마의 흥행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종석은 "감독님이 드라마가 혹시 잘 안 되더라도 나는 색다른 모습을 많이 보여주기 때문에 손해볼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웃어 보였다.
◇홀로서기 성공할까?
이종석이 스타의 위치에 올라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드라마와 영화 관계자들은 “이종석을 원톱 주연의 자리에 올려놓긴 아직은 무리가 따른다”고 입을 모은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은 여러 명이 주인공이 함께 주목을 받는 형식의 시트콤이었다. ‘관상’에선 송강호, 이정재 등 쟁쟁한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 조연급 역할을 했고, ‘너의 목소리가 들려’ 땐 곁에 '시청률 보증 수표'라고 불리는 이보영이 있었다.
‘닥터 이방인’에선 상황이 다르다. ‘내 딸 서영이’, ‘별에서 온 그대’ 등을 통해 연속 성공을 거두고 있는 박해진이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종석의 상대역으로 출연하는 진세연은 이종석에 비해 오히려 중량감이 떨어진다고도 볼 수 있다. 결국 이번 드라마는 이종석이 원톱 주연 배우로서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갖고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종석은 "제가 연기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감독님이 연출력으로 메워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번 역할이 어려워 '멘붕'이 올 때가 많은데 감독님에게 의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보영 누나가 이 드라마에 앞서 방송됐던 '신의 선물-14일'을 촬영하던 당시 오다가다 누나를 봤는데 굉장히 힘들어하더라"며 "마지막 방송날에 누나가 먼저 문자를 보내서 '네 차례야, 고생해'라고 하더라. 그래서 '바통 터치해요. 고생하셨어요'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닥터 이방인'의 연출을 맡은 진혁 PD는 "2010년에 연출했던 드라마 '검사 프린세스'를 통해 이종석이 데뷔를 했다. 그때 오디션을 봤는데 기억에 강하게 남았다. 거칠지만 끼가 넘쳤다. 정말 잘 될 거라 생각했다.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고,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며 이종석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