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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눈 가리는 정부..‘신의 선물’의 슬픈 결말
입력 : 2014-04-23 오전 9:49:13
◇SBS 드라마 '신의 선물'이 막을 내렸다. 배우 이보영은 이 드라마에서 아이를 잃은 어머니 김수현 역을 연기했다. (사진=SBS)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SBS 월화극 ‘신의 선물-14일’(이하 신의 선물)이 지난 22일 막을 내렸다.
 
이보영, 조승우 등의 배우들이 출연한 이 드라마의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한 어머니가 유괴범에 의해 초등학생 딸을 잃는다. 그런데 사건 14일 전으로 돌아가는 ‘신의 선물’을 받게 되고, 함께 과거로 돌아가게 된 한 남자와 힘을 모아 딸을 둘러싼 사건을 파헤치게 된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신의 선물’의 마지막회의 시청률은 8.4%였다. 이 드라마는 방송 내내 두자릿수 시청률의 벽을 좀처럼 넘지 못했다. 시청률면에선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던 편.
 
하지만 시간 여행과 추리극의 요소 등 기존의 드라마와 차별화된 특징들 덕분에 드라마팬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얽히고설킨 스토리 라인 탓에 중반부 이후를 지나면서는 다소 이야기 구조가 촘촘하지 못하다는 인상도 준다. 이야기의 끝이 급하게 마무리되는 등 전체적인 짜임새가 완벽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장르물을 좋아하는 드라마팬들에겐 신선한 재미를 줄 만한 드라마였다.
 
주연 배우인 이보영과 조승우는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두 사람의 탄탄한 연기력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B1A4의 바로, 시크릿의 한선화 등 아이돌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가능성 있는 신인 배우로서의 경쟁력을 보여줬다.
 
‘신의 선물’의 결말은 해피엔딩이었다. 어머니 김수현(이보영)은 결국 딸 한샛별(김유빈)을 구해냈다. 하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드라마 내내 김수현은 아이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 과정에서 유괴범일 가능성이 제기됐던 수많은 범인들과 맞서 싸웠다. 그러나 그 뒤엔 거대한 권력이 숨어 있었다.
 
모든 일의 시작은 10년전 무진저수지에서 벌어졌던 한 살인 사건이었다. 기동찬(조승우)의 형인 기동호(정은표)가 살인범으로 몰렸지만, 사실 이 사건의 진범은 대통령 김남준(강신일)의 아들(주호)이었다. 비서실장 이명한(주진모)은 김남준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이 사건을 은폐하고, 기동호를 범인으로 몰아 사형시킴으로써 모든 일을 마무리하려 했다. 사형 집행을 위해선 여론을 움직일 필요가 있었고, 이를 위해 한샛별을 유괴하는 일을 꾸민 것이었다. 이 일엔 아들의 잘못을 숨기려는 영부인까지 엮여 있다.
 
“아들의 실수 때문에 유능한 정치인을 사장시킬 수 없었다. 김남준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었을 뿐”이라는 이명한의 말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이명한에겐 국민의 목숨보다 권력을 지키고, 자신의 야욕을 이루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지만, 이명한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신의 선물’에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없었다. 정부를 위한 정부, 권력을 위한 권력이 있을 뿐이었다.
 
◇배우 주진모가 '신의 선물'에서 연기한 비서실장 이명한 역은 권력을 지키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 캐릭터다. (사진=SBS)
 
국민들의 눈과 귀는 철저히 가려졌다. 언론을 통해 한샛별의 유괴 사건과 무진 살인 사건을 접하게 되는 국민들의 입장에선 기동호는 천하의 몹쓸 살인범이었다. 그 누구도 진실을 보진 못했고, 그 진실을 숨기는 것이 바로 권력이었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는 김수현과 기동찬의 편이 돼주질 않았다. 권력의 희생자인 두 사람은 자신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직접 나서야 했다.
 
김수현은 강력 범죄 아동 피해자 가족들이 초청된 자리에서 대통령의 손녀를 잡고 인질극을 펼쳤다. 대통령 앞에서 “손녀를 살리고 싶으면 내 딸을 데려오라”고 소리를 지르는 김수현에게선 아이 잃은 어머니의 절박함이 느껴졌다.
 
기동찬 역시 억울하게 죽을 위기에 처한 형을 위해 기자들 앞에서 대통령의 아들을 폭행한 뒤 “내가 무진 살인 사건의 진범”이라고 소리쳤다. 사형을 당할 위기에 처한 형을 대신해 자신이 죄를 뒤집어쓰기 위해서였다.
 
기동찬은 살인 사건 당시 "형이 피해자를 저수지에 버리는 것을 봤다"며 형의 유죄 판결에 결정적인 증언을 했다. 지체장애가 있는 기동호는 10년전 기동찬의 여자친구 이수정(이시원)의 죽음을 목격한 뒤 이를 기동찬의 짓으로 오해했다. 이후 기동호는 기동찬의 잘못을 숨기기 위해 이수정을 저수지에 빠트렸고, 이 장면을 기동찬이 목격했다. 김수현과 함께 사건의 진실에 대해 파헤쳐오던 기동찬은 사건의 진범이 대통령의 아들이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형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살던 기동찬은 1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해온 형에 대해 "내가 형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다"며 자포자기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가족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놔야 했다.
 
하지만 ‘민중의 지팡이’에겐 그런 절박함이 없었다. 김수현은 “제발 대통령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매달리지만, 경찰은 “경찰이 백방으로 따님을 찾아다니고 있다고요”라면서 김수현을 내친다.
 
정해진 임무만 다하면 그 뿐, 일선 경찰들에게 아이를 꼭 찾아야 한다는 책임감이나 아이 잃은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진정성은 없었다.
 
‘신의 선물’에서 대통령은 비서실장과 영부인이 꾸몄던 일을 뒤늦게 알게 된 뒤 대통령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하지만 김수현이 딸을 찾는 과정에서 흘렸던 수많은 눈물에 대해 보상을 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저희 아이는 국가 권력의 희생양입니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고 특히나 어린이들은 더더욱 보호받아야 합니다. 아이가 유괴된지 며칠이나 지났지만 국가로부터 그 어떤 말도 듣지 못했습니다. 왜 대통령은 절 만나주지 않는 걸까요. 그 어떤 직무가 아이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걸까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김수현의 대사다.
 
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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