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곡 '숨소리'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샤이니 종현(왼쪽)과 소녀시대 태연. (사진=정해욱 기자)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가요계가 아이돌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각종 지상파 음악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장르의 가수들을 볼 기회가 갈수록 줄고 있다. 온라인 음원 차트에서 강세를 나타내는 것도 아이돌 가수들이다.
특히 발라드 가수들이 설 자리가 없다. 최근 발라드곡인 ‘숨소리’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이 역시 아이돌 가수인 소녀시대 태연과 샤이니 종현이 함께 부른 노래다.
불과 10년전만 해도 얘기는 달랐다. 조성모의 '아시나요', 임창정의 '소주 한잔' 등 솔로 발라드 가수들의 애절한 노래가 인기몰이를 했던 적이 있었다. 발라드 가수들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이유가 뭘까?
◇공연계에도 발라드 가수 수요 없어
한 가요 관계자는 “발라드 가수에 대한 수요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음악 방송 프로그램은 둘째 치더라도 공연계에서조차 발라드 가수에 대한 수요가 없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밴드의 경우엔 그래도 공연계에선 수요가 있는 편”이라며 “발라드 가수들은 노래 부를 만한 무대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연예인은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이다. 자신을 찾아주는 곳이 있어야 얼굴도 알릴 수 있고, 꾸준히 활동을 해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발라드 가수에 대한 수요가 없으니 자연스레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
발라드 가수들의 입장에서 기댈 곳은 음원 차트 뿐이다. 음악 방송 프로그램과 달리, 발라드곡이 강세를 보일 수 있는 곳이기 때문. 하지만 최근 발라드 가수들은 이마저도 영화와 드라마 OST에 뺏기고 있다. 인기 영화와 드라마를 등에 업고 있는 OST 곡들과의 경쟁이 녹록지 않다.
◇"아이돌 키우는 데 2년, 발라드 가수는 5년"
가수 한 명을 제작하는 데는 상상 이상의 돈이 들어간다. 숙소비나 헤어, 메이크업 비용 등 가수를 관리하는 비용과 곡비, 세션 비용 등 앨범 제작과 무대 비용까지 더하면 기획사에선 매년 억 단위의 금액을 투자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비용을 들여서 기대만큼의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느냐는 것. 그런 면에서 가요 기획사들은 발라드 가수에게 선뜻 거액을 투자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보통 아이돌 가수를 인기 가수로 만드는 데 2년 정도가 걸린다고 얘기한다. 특히 단기간에 수익을 창출하기엔 보이그룹보다는 걸그룹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발라드 가수는 일정 수준 이상에 올려놓는 데 5년은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발라드 가수 한 명을 키워내려면 아이돌 가수를 제작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두 배 이상의 기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셈이다. 하지만 그만큼의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니 기획사의 입장에선 발라드 가수 육성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 가요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발라드 가수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데는 이런 현실적인 이유가 숨어있다.
◇'발라드의 시대' 돌아올 가능성은?
그렇다면 '발라드의 시대'는 다시 올 수 있을까.
현재의 시장 상황을 봤을 땐 쉽지 않아 보인다. 관계자는 “향후 10년은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지 않겠냐”며 “당장 판도를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행은 돌고 도는 법. 언젠가는 솔로 발라드 가수들이 각광을 받는 시대가 다시 올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특히 관계자들은 최근 음원 차트에서 감성적인 곡들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 씨스타의 소유와 정기고가 함께 부른 ‘썸’은 지난 2월 7일 발매된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음원 차트 1위 자리에서 내려올 기미를 보이질 않는다. 또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OST인 ‘너의 모든 순간’과 ‘안녕’도 애절한 감정이 담긴 곡이다.
한 관계자는 “음원 차트에서 그와 같은 노래들이 인기가 높다는 것은 감성을 자극하는 애절한 노래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있다는 방증”이라며 “그런 점에서 발라드 가수들의 미래가 암울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