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서울 왕십리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Y씨는 매달 50만원 이상 나가는 월세 때문에 부담스러워 하던 중 월세액 공제 대상을 연봉 7000만원 이하로 확대한다는 정부 대책을 접하고 듣고 반색했다. 나름 알만한 대기업에서 넉넉한 연봉을 받고 있지만 학생때 받았던 학자금 대출 이자와 관리비 등 지출비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전입신고도 못하고 있어 월세 소득공제는 엄두도 못 냈었는데 정부에서 감시한다고 하니 이참에 집주인에게 말이나 해볼참"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면서 보유하고 있는 집 두 채로 월세를 굴릴 예정인 집주인 L씨는 계산기를 두드리기 바쁘다. 그가 처음 가게를 개업하기 위해 상가를 얻었을 때 월 임대료를 비용처리한다고 하자 상가 주인이 세금 계산서를 발급 받으려면 10%의 부가세를 별도로 달라고 했던 기억 때문이다.
L씨는 상가 월세와 주인이 요구한 별도의 비용까지 현금으로 지불하는 동안 정부의 아무런 제재도 없었기에 현재 들이려는 세입자에게도 똑같이 할 생각이다.
정부가 26일 발표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한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놓고 집주인과 세입자간 받아들이는 온도차가 심하다. 이번 대책이 임대시장의 양극화를 불러 올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월세에 대한 공제방식이 기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되고, 공제대상 또한 연봉 5000만원 이하에서 7000만원 이하로 확대된다.
◇월세 소득공제 개편안 (자료=국토교통부)
가장 문제가 됐던 집주인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부분도 이번 대책으로 집주인의 동의없이 월세 임대차 계약서와 계좌이체 내역 등 월세 납입이 증명되는 서류만 있으면 공제신청이 가능해졌다. 확정일자 또한 없어도 된다.
◇월세 상승 요인, 임대시장 양극화 불러 올 수도
하지만 이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여전히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해 오히려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월세 공제 미신청을 조건으로 하는 계약에 대해 행정지도가 얼마나 제대로 이루어질지가 관건"이라며 "오피스텔의 경우 전입신고가 되는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의 월세 차이가 나는 만큼 이번에도 집주인이 월세 자체를 올리지 말란 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혜현 렌트라이프 대표도 "이번 대책은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함이라기 보다는 세입자가 월세를 어떻게 내고 있는지, 집주인은 임대 소득을 잘 신고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것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이밖에 준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세제와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임대주택 리츠 활성화를 통한 임대주택 확대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재산세는 면적 40~60㎡의 경우 감면율이 50%에서 75%로, 60~85㎡는 25%에서 50%로 확대되고, 소득·법인세도 감면율이 20%에서 30%로 확대된다.
특히, 신규·미분양 주택과 기존주택을 향후 3년간 구입해 준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할 경우, 임대기간 중 발생한 양도소득에 대한 양도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실효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혜현 대표는 "일반 임대사업자는 의무 유지 기간도 짧은데도 집주인들이 신고를 안하고 있는 상황이고, 단순 비교 해도 준준공임대사업자와 혜택의 차이도 크지 않다"며 "준공공임대사업자에게 세금 혜택을 준다고 해도 임대료 수입은 제한적이면서 10년 동안 자금이 묶여야 하는 사업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겠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고 제대로 정착이 되지도 않은 제도에 계속해서 혜택을 준다고 하는 것이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유 중인 임대주택용지를 민간자본이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을 건설·공급하고, 주택 관리는 LH가 수행하는 방식의 공공임대주택 리츠 역시 정부가 수익을 보장해 준다고 해도 사업성 문제를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조은상 대표는 "LH가 보유한 토지 중에는 비인기 지역도 분명 있을 텐데 이런 곳에 투자하는 사업자에 대한 유인은 없다"며"시범지구로 지정된 하남과 동탄2에서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인기 지역에만 투자가 몰린다면 분양시장처럼 임대시장에서 조차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이번 대책들을 전체적으로 보면 가장 큰 단점이 지금 당장의 전세난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월세 공제는 세입자의 월세 부담을 줄여주는 것에 불과하고, 준공공임대주택이나 임대주택 리츠 모두 중장기적으로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 부족한 공급량을 해소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